“매킬로이 보러가자”… 디오픈, 8일간 27만8000명 역대 최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153회 대회 흥행 돌풍 이유
개최 장소인 영국 북아일랜드
올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한
자국선수 매킬로이 출전에 열광
높은 골프 인기에 교통망 개선
합리적인 가격 ‘캠핑 빌리지’
R&A의 다양한 마케팅도 한몫
올해로 153회째를 맞은 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챔피언십이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우승과 함께 성황리에 끝났다. 대회가 열린 인구 6150명의 영국 북아일랜드 작은 바닷가 마을 포트러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골프 팬들로 대회 기간 활기가 넘쳐났다.
대회를 주관한 영국 R&A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7월 13일부터 20일까지 대회장인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을 찾은 갤러리는 약 27만8000명이다. 6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회에서 아일랜드 출신 셰인 라우리가 잉글랜드의 토미 플리트우드를 6타 차로 누르고 우승할 당시 세운 23만7750명을 넘어선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다.
지난해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번 대회 일반 입장권의 경우,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매를 신청하면서 기록적인 속도로 매진됐다.
영국 셰필드핼럼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SIRC)는 이번 제153회 디오픈이 지금까지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스포츠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총 2억1300만 파운드(약 3920억 원)가 넘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대회가 이처럼 큰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일랜드의 높은 골프 인기 덕분이다. 특히 대회가 열린 북아일랜드는 인구가 2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장 수는 113개로 면적당 골프장 수가 세계 최고일 만큼 골프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성공이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골프 이벤트의 흥행은 스타 선수의 출전 여부, 메이저 여부와 같은 대회 등급, 체계적인 홍보와 마케팅, 갤러리 관람 편의성과 고객서비스, 대회장 위치와 접근성 등에 달려 있다.
올해는 특히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된 로리 매킬로이의 출전이 역사적인 흥행 돌풍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대회보다 교통망이 개선되고 숙박시설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다.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북쪽으로 80㎞가량 떨어진 포트러시는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해 관광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951년 첫 개최 이후 무려 68년 만인 지난 2019년 다시 디오픈을 개최하게 되면서 골프 관련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디오픈이 매년 관중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R&A의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과 관람 편의성 제고 노력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키즈 고 프리’란 어린이 무료입장 프로그램과 25세 미만의 젊은 세대를 위한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디오픈은 젊은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요 스포츠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대회 기간에 갤러리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숙박 기회를 제공하는 ‘디오픈 캠핑 빌리지’는 올해에만 4600명의 투숙객이 숙소를 예약해 가족 단위 관람객과 젊은 층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 빌리지는 안락한 텐트와 에어매트리스가 제공되며, 구내에는 현대적인 시설의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식당과 술집, 대형 스크린과 라이브공연장까지 갖춰져 있어 대회 관람 후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특히 2016년 로열 트룬부터는 25세 미만 관람객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고 있는데, 투숙객의 약 3분의 1이 2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래 골프 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골프대회 관광 자원화를 통한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 등 포트러시의 성공 사례는 골프 인구 600만 시대에도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골프 이벤트 산업의 혁신과 마케팅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