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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벙커 벌타’ 논란…‘측면 구제’냐 ‘후방선 구제’냐가 관건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일 20.07.20
  • 작성자 박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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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규칙의 혼선

 아이에스동서부산오픈에서
 두번째 샷 벙커에 깊게 박혀
1벌타 받고 드롭한뒤 플레이

 익일 경기위선 ‘후방 구제’ 적용
 규칙 위반 이유로 2벌타 결정

 드롭한 공 한클럽 지나간곳서
 그대로 플레이 했다 판단한듯

 폭우로 인한 일정 축소 끝에 가까스로 대회를 마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찜찜한 벌타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효주가 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전날 라운드의 규칙 위반을 이유로 뒤늦게 경기위원회로부터 2벌타를 받았던 것. 하루 전 5번 홀(파5) 페어웨이에서 김효주가 친 두 번째 공이 그린 앞 벙커 가장자리에 깊이 박혔다.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효주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 후 벙커 내에서 드롭했다. 공은 경사를 따라 조금 굴러 내려가다 멈췄고, 그 자리에서 김효주는 멋진 벙커샷으로 공을 홀 옆에 붙인 후 파로 홀을 마쳤다.

이 장면은 TV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중계됐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한 인터넷매체에 ‘김효주의 규칙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를 확인한 경기위원회는 자체 검토를 거쳐 김효주에게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2벌타를 부과했다. 김효주의 순위는 애초 공동 19위에서 공동 33위로 내려앉았다.

골프규칙에 따르면 벙커 안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을 때, 골퍼는 다음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는 1벌타를 받고 직전에 공을 친 장소로 되돌아가 다시 샷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후방선 구제다. 1벌타 후 홀과 공이 있었던 지점을 연결한 직후방 선상으로 임의의 기준점을 정한 뒤 여기서 뒤쪽으로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공을 드롭한 후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셋째는 측면 구제다. 1벌타를 받고 원래 공이 있던 지점으로부터 홀에 가깝지 않게 두 클럽 길이 이내의 벙커 안 구역에 공을 드롭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마지막은 2019년 규칙 개정에 따라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2벌타를 받는 대신 벙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제 방법이다. 홀과 공이 있었던 지점을 연결한 직후방 선상으로 벙커를 벗어난 임의의 지점을 기준점으로 정한 뒤 여기서부터 뒤쪽으로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공을 드롭한 후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경기위원회의 주장대로 김효주의 플레이가 규칙 위반이었는지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8년까지는 벙커 안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드롭할 때 벙커만 벗어나지 않으면 홀과 공이 있었던 지점을 연결한 직후방 선상으로 거리의 제한 없이 드롭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직후방 선상으로 거리 제한 없이 임의로 기준점을 정한 뒤, 이 지점으로부터 뒤쪽으로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드롭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경기위원회는 김효주가 ‘후방선 구제’를 선택하고 드롭한 공이 한 클럽 이상 굴러간 곳에서 그대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규칙 위반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화면상으로 김효주가 후방선 구제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측면 구제를 선택했는지는 불명확해 보인다. 경기위원회 조사에서 김효주는 “규정이 한 클럽이 아니고 두 클럽인 줄 알았다”고 대답했고, 당시 현장에 있던 동반자들도 규정 위반인 줄 몰랐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김효주가 바뀐 규정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그것보다는 측면 구제를 염두에 두고 드롭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규칙은 원래 있었지만, 후방선 구제나 측면 구제 같은 용어는 지난해 도입된 용어로 선수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는 대개 후방선 구제보다 측면 구제가 일반적인 선택이라 선수들도 여기에 더 친숙하다. 만약 그랬다면 공이 멈춘 위치는 원래 공이 있던 지점에서 두 클럽 이내이기 때문에 규칙 위반이 아니다. 설령 경기위원회 주장대로 김효주가 후방선 구제로 생각했다고 치더라도, 이번처럼 티 등을 이용해 사전에 기준점을 정하지 않고 드롭한 경우 공이 처음 지면에 떨어진 지점과 가장 가까운 직후방 선상의 한 점을 기준점으로 본다. 물론 정확한 현장 측정이 필요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화면상으로 김효주의 공은 이 지점으로부터 한 클럽 이상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구 지점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확실히 한 클럽 이상이 되겠지만, 이는 잘못된 규칙 적용이다.

당시 중계를 지켜본 골프팬으로서 혹시 경기위원회가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통해 정확한 진상을 밝히기보다 제기된 논란을 가능한 한 빨리 잠재우고자 선수에게 벌타를 부여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김효주 측 역시 경기위원회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72001031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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