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영의 IT로 보는 세상] 이태원 클라쓰, 그리고 실리콘밸리 / 윤종영(소프트웨어학부) 교수
최근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를 즐겨 봤다. 증오와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 새로이가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 이태원에 요식업으로 창업을 해서 성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웹툰 원작의 드라마다.
주인공이 창업 후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과 좀 동떨어지는 듯한 점이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극 전개상 필요했으니 넘어가자. 그보다도 나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던건 주인공 새로이가 경영하는 단밤포차 구성원의 다양성, 그리고 그의 경영관이다.
조직폭력배 출신의 승권, 트렌스젠더인 현이, 영어 못하는 혼혈아 토니, 재벌의 서자인 근수, 천재 인플루언서 이서,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대표 새로이.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이 만들어 가는 단밤포차의 모습은 내가 일했던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했다.
구성원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대부분이 평범한 능력의 사람들이지만, 각각의 독특한 개성이 존중되고 인정되는 곳. 이태원 클라쓰의 단밤포차 같은 곳. 각자의 다양한 배경이 웬지 불협화음을 만들것 같지만 결국은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지는 곳.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만들어 내는 곳. 억지로 하는 혁신이 아니라 그 자체가 혁신인 곳.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의 효과를 최대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 새로이의 사람중심 경영.
"나는 너희들만 있으면 돼"
지금 나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능력있고 소중하다는 존중과 신뢰의 경영. 그렇게 형성된 긍정과 자율의 문화로 인해 요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주방장 현이는 요리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고, 영어를 못했던 혼혈아 토니는 익숙하게 영어를 구사하게 되기도 한다.
개인의 권리와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은 금기시되는 미국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어떻게 편견없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까. 여러 분석과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바로 신뢰. 십수년전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시작할때 어리바리했던 나의 모습. 하지만 무수히 실수하고 일을 그르칠때도 나를 계속 신뢰하고 일을 맡겨주었던 매니저와 경영진 덕분에 맘껏 성장할 수 있었던 나의 과거의 모습을 이태원 클라쓰에서 발견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중 발전하고 성공하는 기업은 인재를 멀리에서 찾기 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업무를 맡김으로써 무한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곳이었다.
다양성과 신뢰. 이 두가지는 수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혁신을 이뤄 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태원 클라쓰가 젋은층의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소중한 이들과 하고 싶은걸 하며 정신없이 보내온 나날"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새로이가 읆조렸던 대사다. 서로 신뢰하며 좋아하는 일을 정신없이 할 수 있을때 진정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기업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모쪼록 우리 사회와 기업도 다양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가르치고 있다. 미 스탠포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15년 넘게 실리콘밸리에서 IT컨설턴트업을 해오면서 실리콘밸리를 깊고 다양하게 체험했다. '응답하라 IT코리아'를 공동집필한 바 있으며, 팁스타운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도왔다. 현재 서울산업진흥원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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