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책으로 승부한다.’ 한나라당이 ‘여의도연구소’를 재편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이 여당 사상 처음으로 ‘열린우리정책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를 출범시킴으로써 정책을 앞세운 여야의 ‘머리싸움’이 정쟁(政爭)을 밀어내고 우리 정치의 본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동당도 얼마 전 ‘새 세상을 여는 진보정치연구소’를 띄워 정책대결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열린우리당…DJ정부 참여 학자들 포진▼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우리정책연구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재단법인 형태로 출범한 연구원은 20일 중앙위원회의를 거쳐 이사진 15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당내에서는 당 대표, 상임중앙위원,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했다.
연구원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연구원장에는 경희대 부총장 출신으로 연구재단설립준비위원장을 지낸 박명광(朴明光) 의원이 유력하다.
이사진 가운데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에 참여했던 학자그룹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광웅(金光雄)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은 DJ 정부 시절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韓相震) 교수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학계의 대표적인 친(親)DJ 인맥.
고려대 정외과 임혁백(任爀伯) 교수는 DJ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지난해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정치개혁연구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화여대 조기숙(趙己淑) 교수는 적극적인 ‘친노’ 학자그룹의 멤버. 중부대 이호일(李浩一) 총장은 전기공학 경영학 산업공학을 두루 전공한 대표적인 과학분야 전문가다.
여성개발연구원장을 지낸 충남대 장하진(張夏眞) 교수는 조선대 김홍명(金弘明) 교수의 부인이자 고려대 장하성(張夏成) 교수의 누나다.
이사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대 송하성(宋河星) 교수, 경희대 권만학(權萬學) 교수 등 연구재단준비위원들도 향후 어떤 식으로든 연구원 운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만길(姜萬吉) 전 고려대 교수, 변형윤(邊衡尹) 전 서울대 교수 등은 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한나라당…여의도硏 새 인물 대폭 수혈▼
한나라당도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간부 인선을 마무리 짓고 막바지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세일(朴世逸) 여의도연구소장은 2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주 내에 25명 정도의 석박사급 전문연구위원을 뽑기 위한 공개 공고를 낼 계획”이라며 “가급적 이달 안으로 전문인력을 수혈해 새 진용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작업도 곧 마칠 예정이다.
여의도연구소는 박 소장을 포함해 부소장인 박재완(朴宰完) 박형준(朴亨埈) 의원이 주축이 된 ‘3박(朴) 트로이카’ 체제를 갖췄다. 이들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세계화 프로젝트 등 개혁 드라이브 추진에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박재완 의원은 정책 현안에 대한 중장기 과제를, 박형준 의원은 당의 집권 전략을 각각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소팀은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당 개혁 3개년 플랜 작성에 힘을 쏟을 계획. 최근 친북(親北) 여부로 과거사 대상을 넓히자는 박 대표의 제안도 연구소팀이 낸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연구소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직에는 당외인사로 김태련(金泰蓮) 이화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가 유임됐고 홍성걸(洪性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안중호(安重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호(金容浩)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새로 이사직을 맡았다.
전문성을 갖춘 원내외 인사들이 이사진에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원내에선 외교통인 박진(朴振) 의원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핵심 측근으로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유승민(劉承旼) 의원이 발탁됐고, 원외인사로는 도시계획 전문가인 곽영훈(郭英薰) 사람과 환경 그룹 회장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