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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먼]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미술학부 겸임교수)

  • 작성일 03.02.10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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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7일(금) - 매일경제 -



[속보, 사회, 사설/칼럼] 2003년 02월 05일 (수) 17:30

이명옥(48)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계에 참신한 기획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흡인력 있는 대인관계, 매력적 용모로 삶과 일터를 아름답게 가꿔가는 진정한 커리어우먼이다.

이 관장은 매번 새로운 시도로 세간의 이목을 끈다. 지난해부터 실시 하고 있는 '직장인 런치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런치뷔페를 먹으면서 전시를 보고, 전문가 초청 미술강좌도 듣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예금보험공사와 김&장법률사무소 등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 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큰 인기다.

그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디어죠. 오히려 남들이 귀찮아 하지 않은 일을 찾은 것 뿐입니다. 손익을 따지자면 이중섭 그림하나 파는 게 낫겠지만 미술관에 사람이 모이는 게 더 좋습니다"고 말한다.

그림 파는데 관심이 없다면 화상으로선 자격미달인 셈이다. 그래서 이관장은 올해 초 사비나를 갤러리에서 미술관으로 전환시켰다.

96년 사비나갤러리를 개관한 지 8년 만이다. 갤러리는 그림 판매를 하는 상업적 공간이지만 미술관은 100% 전시를 위주로 하는 공공기관 이다.

"고집이 센 편이라 그 동안 내 방식의 전시를 고수해 왔죠. 담당 회계사가 '돈도 안되는 전시를 할 바에야 미술관을 운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이젠 마음껏 원하는 전시를 해야죠."

이 관장이 원하는 미술관은 한마디로 '대중 미술관'이다.

은근히 잰 체하는 미술공간의 문턱을 없애고 대중 목욕탕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미술관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 동안 사비나에서 열렸던 전시를 살펴보면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는 96년 첫 개관전 때 '키스(Kiss)'전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20세기 청년작가전' '20세기 회화 조망전' 등 개념적인 전시가 주를 이뤘던 때다. 이 주제전은 개관 당시 찬반 양론을 불러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교과서에 나오는 미술그림을 모은 '교과서 미술', 이발소에 걸려있을 법한 '이발소 명화',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 '무검열 무삭제-노컷', '그림 속 그림찾기', 복날을 앞두고 열린 '개(Dog)', 그리고 현재 열리고 있는 '누드'전 등이 있다.

사비나미술관 전시가 지나치게 대중적이고 선정적이란 비판도 있다.

그는 "제가 하는 일이 100% 옳다고 고집하진 않아요. 하지만 저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스스럼없이 답한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순수 미술의 미래를 걱정한다.

출판이나 음반처럼 복제가 가능한 것도 아닌 미술은 관람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대일 장르이기 때문. 신문을 보더라도 10년 전에 이미지가 화려한 미술이 출판보다 지면이 많았다.

그러나 화보를 강화해 대중적 기호를 맞춘 출판에 비해 미술은 답보 상태였다.

결국 미술도 대중적으로 다가가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명옥 관장은 성신여대를 졸업하고 불가리아의 소피아 국립미술아카데미 회화과 석사,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을 전공했다.

동유럽 소피아로 유학간 이유는 그 지역의 신비한 아이콘이 좋아서였다.

원래 순수회화를 전공했지만 대가가 될 재능이 없어 포기했다. 책은 이 관장이 미술 이외에 관심을 쏟는 분야다.

그 동안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관련 책도 여러권 집필했 다. '갤러리이야기'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 이야기' '날씨로 보는 명 화' '사비나의 에로틱갤러리' '화가들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등 이다. 현재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로도 활동중이다.

"미술에 미쳐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입니다"는 그는 또다시 대중과 만날 준비에 바쁘다.

다음달 도심 속에 정글을 만드는 '유쾌한 정글전(3월쯤)'과 '알콜과 예술가(7월)전' 등 이색전시를 준비중이다.

<김지미 기자 jime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