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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과 다른 '탈 냉전 新정치세대' 부상 / 조중빈(정외)교수

  • 작성일 03.02.10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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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7일(금) - 한국일보 -



[연예오락] 2003년 02월 05일 (수) 18:35

지난해 12월의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세대간 차별이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30대 초반 이하의 젊은층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주역인 ‘386 세대’와도 가치관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TV 등 미디어가 투표에큰 영향을 미친 반면 인터넷은 젊은층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나 실제영향은 예상보다는 작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정치학회는 6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2002년 대선 평가와 차기 행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춘계학술회의를 열어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다양한 평가를 받은 지난 대선에 대한정치학자들의 집합적 평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회의 의뢰로 실시한 이번 연구는 ‘후보 단일화’를 비롯한 대선 과정, 유권자 행태에 대한 평가와 대북정책 및 향후 정치 현안 등 차기 정부과제 등으로 나뉘어 실시됐다.


386은 구세대


‘16대 대통령 선거와 세대’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국민대 조중빈 교수는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만한 유권자 특성으로 진보세력의 이미지를 ‘민주화ㆍ노동운동 세대’(33~40세)와 ‘탈냉전 세대’(24~32세)의 가치관이 크게 다른 점을 꼽았다. 조 교수에 따르면 탈냉전 세대는 한국 현대사의 정치ㆍ경제 질곡에서 벗어난 세대이며, 가난과 생산의 윤리 대신 풍요와 소비의 윤리를 몸에 익힌 층이다.

조 교수는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선거 직후 전국 1,5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거, 두 세대는 ▦대북 지원 ▦북한 핵 문제 ▦촛불 시위 ▦행정수도 이전 등 선거 주요 쟁점에서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족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을 되도록 많이 해야 한다’는 설문에 대해대졸 학력의 탈냉전 세대는 69%가 그래야 한다고 응답한 데 비해, 민주화세대는 52%에 그쳤다. 고졸 학력도 마찬가지로 두 세대가 10% 포인트 차이가 났다. 투표가 정책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투표 효능에대한 설문에서도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탈냉전 세대(대졸)는 89.4%였지만 민주화 세대는 80.6%에 그쳤다.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준 사건도 달랐다. 탈냉전 세대는 행정수도 이전(6.1%), 여중생 추모 시위(13.0%)를 중요하게 여긴데 비해 민주화 세대는 북한 핵 문제(13.0%), 국정원 도청(3.0%)을 다른 세대에 비해 중요하게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탈냉전 세대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실용주의로 대응하는 등여러 면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어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을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ㆍ인터넷이 선거 참여 높였다


김형준 KSDC 연구원은 ‘미디어와 인터넷 선거 운동에 대한 평가’라는논문에서 대선 후보의 방송 토론을 시청하고 인터넷을 통해 선거 관련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투표 참여율도 높다는 점을 여론 조사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TV 토론을 모두 보았거나 대부분 보았다는 사람의 투표율은 각각 97.1%,91.1%인데 반해 거의 보지 않은 사람은 78.3%에 그쳤다.

노사모 활동 등 인터넷을 통한 선거 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지만 인터넷에서 얻은 대선 정보가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은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인터넷 정보는 선거 관심을 높여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모 활동을 평가한 ‘시민단체와 이익집단의 역할에 대한 평가’라는논문에서 명지대 신 율 교수는 “노사모는 특정인 지지 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시민운동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한국의 정치 가치 판단이 현상보다 사람 중심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시민운동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도 지적했다.

그는 또 노사모 활동이 국가, 시장 등 근대가 만들어 낸 통제의 틀을 깼다는 의미에서 들뢰즈의 ‘노마디즘(유목주의)’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