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교수의 ''소나무 교실'' /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소나무 교실’은 소나무가 우리 민족의 문명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문화적 배경과 감상법에 대한 강연과 소나무 심기 체험 등을 해보았다. | |
“젊은 세대들은 어떤 것이 우리나라 진짜베기 소나무인지 모릅니다. 소나무가 우리 정신문화에 어떻게 뿌리박혀 있는지, 어느 정도의
위기상황인지 알지못합니다. 이러한 행사를 갖게 된 것은 무관심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가 생명문화 유산의 상징이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알리고 재선충으로 죽어가는 소나무에 대한 관심을 모아보자는 의미에서 ‘소나무 교실’을 열게 됐습니다.”
올해로 15년째
‘소나무 전도사’를 자처하고 소나무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전영우 교수.
그는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으로 우리 나라 소나무가 전멸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전교수는 “우리의 소나무가 어떤 지경에 있는 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재선충 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민의 무관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 국토 산림면적의 60%가 소나무숲으로 울창했으나 현재는 25%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만 하더라도 서울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소나무숲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 이에 보다못한 전 교수는 1992년 ‘숲과
문화연구회’를 결성했고 99년에는 국내 최초로 숲 해설가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년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천연기념물
소나무 41그루를 직접 촬영하고 얽힌 이야기를 취재해 ‘한국의 명품 소나무’라는 책을 발간했다. 2년 전에는 ‘솔바람 모임’을 만들어 소나무
생태기행을 매월 한 번씩 다니며 현재 홈페이지(www.solbaram.or.kr)를 통해 ‘소나무 살리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는 관련법 제정 주장도 그의 몫이다. 전교수는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는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상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아무래도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면 예산이나 인력 등 적극적인 투자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의 소나무
사랑은 학교 안에서도 실천되고 있다. 이번 학기에 신설된 ‘북한산 녹색자습’은 전교수가 직접 개발한 북한산 등반코스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느낀
소감을 발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곳곳에 번호를 매겨 놓고 학생들이 등반하면서 정해진 지점을 직접 찾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진행하는 수업이다.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태어나 처음 산에 올라가 봤다는 학생도
있었고, 처음엔 억지로 산에 올랐지만 막상 산에 올라와서의 벅찬 감동을 써내려간 학생의 글을 보고 많은 걸 느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그들에게
정신적인 여유를 줄 수 있는 길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뿐입니다.”
그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맨발로 걸어봐라, 나무와 이야기 해봐라, 한 밤중에 북한산에 올라봐라…그래서 소나무 처럼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자연이
무엇인지 느껴보라는 것이 전교수의 바람이다. 전영우 교수의 연구실은 온통 소나무 천지다. 크고 작은 소나무 사진이 벽면에 가득하고 얼굴 크기만한
것에서 부터 갓난아기 주먹만한 솔방울이 바구니에 가득 하다. 솔바람 처럼 천천히 그는 말한다. “소나무는 한 해 두 해 사는 생물이
아닙니다.200년 300년 느리게 삽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소나무를 통해 자연과 소통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채향란기자/rani6@segye.com
(
2006/04/24 1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