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 운동의 도화선 / 조상신 (국어국문학과 04학번)
[노컷뉴스 2006-04-22 10:02]
"두발시위, 도화선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서울 목동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두발자유 시위와 관련해 이런 시위의 특성상 다른 학교들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 프로그램과 인터뷰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조상신(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 씨는 "이번 중학교 시위나 작년에 있었던 S고교에서의 종이 비행기 시위, 성남 모 고교에서 있었던 운동장 시위를 비롯해 한번 터지고 나면 도화선처럼 불이 붙어 다른 학교로 번져나가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수나로는 "5월 14일에 학생들이 두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두발자유 거리 축제를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서 계획중"인데 해당 싸이트에 학생들이 "자기 학교의 사례를 올리기도 하고, 이번 사태가 일어난 중학교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운동장 시위라든가 학내 단체행동을 통해 두발 문제에 대해 개진하는 사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상신씨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모독감과 수치심,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비인격적 모멸감을 느끼는 문제"로 여기고 있는데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적절한 통로를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두발문제가 많은 학교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 또한 미디어 등을 통해 이런 소식을 알게 되면" 시위가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조상신씨는 현재 중고생들이 "내부적으로 이런 일을 기획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축제나 단체행동 시위 등의 형태로 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발 자유를 둘러싸고 인권위의 권고가 지난 해에 있었지만 "학생들의 참여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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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조상신
- 목동의 한 중학교에서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는데?
해당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우리 사이트에 글을 올려서 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됐다. 200여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고, 선생님들이 제지에 나섰다가 주동자로 몰린 7명의 학생들이 징계 위험에 쳐해있다는 글이었다. 이후 인권활동가인 배내경씨가 해당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학생부장님과 얘기를 하고 학생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 시위 과정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의 실갱이도 있었나?
학생들 증언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발길질을 하고 따귀를 때렸으며, 시위하던 학생 몇몇이 학생부로 끌려가서 체벌을 당했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 '비인격적 대우를 한 적이 없으며, 학생들을 어루만지며 호통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집단행동을 한 학생들은 처벌 받게 되나?
학교 측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고, 주동자로 몰려 처벌 받게 될 예정인 학생들의 경우 많게는 70일까지 정학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 요즘 학생들은 두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나?
어른들 입장에서는 두발 문제에 대해 사소하고, 어떻게 보면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모독감과 수치심,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비인격적 모멸감을 느끼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다수 학생들의 경우 자유로운 개성 발언권이나 스스로 멋을 부릴 수 있는 권리까지도 학교에서 침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우인가 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학생은 두발이 단정해야 공부를 잘 한다는 것도 실제로 증명되지 않았고, 어른들의 선험적 경험에서 비롯된 우려라 게 대다수 학생들의 입장이다. 두발 문제는 역사적 정당성도 없고, 교육적 정당성도 없으며, 여러 가지 위헌적 소지도 많고, 법적 정당성도 없다고 본다. 두발 규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 훈육의 대상, 예비군사용 인간으로 키워내는 것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 인권위 결정이 이미 내려진 것인가?
인권위도 이미 두발 자유화는 학생들의 기본권으로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 두발자유와 관련된 또 다른 사례가 접수된 게 있나?
이번 사건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운동장 시위라든가 학내 단체행동을 통해 두발 문제에 대해 개진하는 사건들이 몇 번 터졌었다. 학생들이 우리 사이트에 자기 학교의 사례를 올리기도 한다. 5월 14일에 학생들이 두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두발자유 거리 축제를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서 계획중이다.
- 오늘 시위가 있었던 학교에서 차후에도 시위가 계속 될까?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적절한 통로를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시위나 비폭력적 집단행동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징계를 내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게 된 경위가 두발 단속에 걸린 학생들 중 머리를 자르지 않은 학생들이 학생부로 끌려가서 체벌을 당하거나, 규정을 넘어선 아이들에게 서로 강제로 머리를 자르게 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 징계가 내려지면 파문이 더 커질 텐데?
그럴 것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학교측의 탄압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다.
-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학교에 단체행동이나 시위가 확대될까?
작년에 있었던 S고교에서의 종이 비행기 시위, 성남 모 고교의 운동장 시위 등 이런 일은 한번 터지고 나면 도화선처럼 불이 붙어서 다른 학교로 번져나간다. 두발규제는 많은 학교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학생들도 미디어 등을 통해 많은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런 일을 기획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더 커진다면 더 많은 학교에서 이런 시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 7,80년대에 비해 훨씬 다원화 민주화 되어가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을 내놓을 수 있는데, 학교만큼은 그런 부분에서 동떨어져있는 것 같다. 어른들이 어렸을 땐 사회 자체도 꽉 막혀있고 학교도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 학생들은 사회의 민주화의 학교의 비민주적 구조 사이에서의 이질감과 갈등을 느낀다. 민주화가 가져온 결과가 긍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만큼은 여전히 과거 군사적 문화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고, 학생들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 지난해 Y여고 모 학생이 학교 측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가 징계위원회가 소집되었던 것처럼 자신들의 생각을 떳떳하게 주장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문제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어른들은 '과거에 나도 이랬기 때문에 너희도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사회를 무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개혁이나 진보에 대해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인권을 외치는 자체도 인권이 어떤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고 더욱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그러나 사회는 아직도 청소년에 대해 사회의 제2시민, 아직은 소외되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장외인으로만 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축제 등 단체행동이나 시위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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