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존경 받으려면… 실력·성적만으론 부족, 인성 겸비해야[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김주형·윤이나 바라보는 두 시선
김주형, 라커문짝 파손 징계
퍼트 실패후 그린 훼손 논란
윤이나, 규칙위반 은폐 징계
동의 없이 먼저 퍼팅해 눈총
한국 男女 골프 대표 유망주
실력 뛰어나지만 우려 교차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주형과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신인으로 데뷔한 윤이나는 한국 남녀 골프를 대표하는 차세대 유망주다.
2002년생 김주형은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아시안투어에서 2승을 달성하고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역대 최연소(만 18세) 우승 등 2승을 거둔 후 2022년 퀄리파잉(Q)스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데뷔 첫해에 윈덤 챔피언십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을 제패하며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처음으로 21세 이전에 2승을 달성한 골퍼로 전 세계 골프팬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생인 윤이나는 2021년 프로로 데뷔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3부 점프투어 1승, 2부 드림투어 2승으로 상금왕을 차지하며 단번에 1부 투어로 올라왔다. 170㎝의 당당한 체격으로 남자 선수 못지않은 장타를 날리는 윤이나는 데뷔 첫해인 2022년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얼마 후 한국여자오픈에서 규칙 위반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 대한골프협회와 KLPGA투어로부터 3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다행히 징계 경감 조치로 지난해 투어에 복귀한 윤이나는 우승은 한 차례에 그쳤으나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그리고 대상까지 차지하며 한국여자투어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한국 골프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라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 종종 과도한 승부욕으로 감정 조절에 실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다는 점이다.
김주형은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패한 후 분을 참지 못하고 라커의 문짝을 부숴 KPGA투어의 징계를 받았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퍼트 실패 후 퍼터를 내리쳐 그린을 훼손하고,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상대 팀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주형은 올해 초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도 샷 실수 후 클럽을 내동댕이쳤고, 그 여파로 이튿날 성적이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윤이나 역시 규칙 위반 은폐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지난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헛스윙한 타수를 빼고 성적을 적었다가 현장에서 경기위원에게 적발됐다.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는 상대 선수 동의 없이 순서를 어겨 먼저 퍼팅하는 바람에 다시 퍼팅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위믹스 챔피언십 2024에서는 하위 시드의 김민선7에 큰 점수 차로 패하고 승부가 결정 난 상황에서 축하 인사 대신 혼자 의미 없는 퍼팅 연습을 해 눈총을 샀다.
두 사람은 또 스포츠 선수로 성장하는 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여가 컸다는 점과 성공 이후 어려운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던 소속사나 후원사와 결별해 일부로부터 배은망덕의 부정적 세평을 듣기도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남다른 재능과 실력을 갖춘 골프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골프팬의 시선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마음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팬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스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지 뛰어난 실력과 성적 가지고는 부족하다.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지만 규칙 위반과 속임수를 밥 먹듯이 해 ‘역대 가장 꼴 보기 싫은 마스터스 챔피언’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미국의 패트릭 리드나 ‘1000만 달러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으나 잦은 규칙 위반과 꼼수 기권, 이벤트성 성 대결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은퇴한 재미교포 골퍼 미셸 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활약할 두 선수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존경받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