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삼성전자 사원을 달리기로 뽑으면 어떨까 / 김재준(경제학과) 교수

 

필자는 인생에서 익스트림 스포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북한산 인수봉과 설악산 공룡능선 등을 연이어 등반했다. 사진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오르는 모습. [원종민 제공]

 

 

필자가 꿈꾸는 이상적 교육기관인 ‘다빈치스쿨’은 세상 모든 것을 배우는 장소다. 이 학교의 교훈은 ‘Just do everything’. 눈치 챘겠지만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의 변형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다빈치스쿨은 유일한 학교, 유일한 대학을 꿈꾼다. “그 많은 분야가 다 필요한가” “어떻게 그 많은 것을 다 배우나” 같은 질문에는 “그냥 해보라”고 답하고 싶다.


논문 잘 쓰는 몸이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이 있다. 책의 의도를 존중하지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모든 것을 배우는 일 못지않게, 겉만 스치듯 다루지 않고 중급 수준까지 배우는 일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급 수준까지 익히는 것은 어렵지만 중급 수준까지는 예상외로 쉽다. 발음과 기초 문법만 배우면 8개 국어도 가능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축구를 잘하려면 축구만 해서는 안 된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위대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


21세기 교육은 몸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문직이 사라지더라도 머리와 몸을 함께 쓰는 헬스 트레이너와 요양보호사 등은 살아남을 것이다. 체육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예체능 교육은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도장을 다니는 초등학생 때 끝난다. 중고교 체육수업은 공을 던져준 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라는 유명무실한 방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체육교사들의 문제가 아니다. 입시 위주 교육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이다. “운동장도 교실이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체육, 음악, 미술을 고교 3학년까지 배워야 한다. 대학에서도 음악과 미술, 연극, 무용, 체육을 ‘종합예술체험’이라는 필수 교양과목으로 배워야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공부는 잘했으나 소위 몸치였다. 체육을 등한시했고 음악과 미술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 결과는 나중에 뼈아프게 다가왔다. 영국 유학 시절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독자들은 이 문제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살아도 박사과정 논문이 잘 안 써지던데, 영국 학생들은 요트 경기에 나간다고 종일 연습한 뒤 밤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논문도 쓰더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이때 논문을 잘 쓰는 창의적인 몸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다. 키와 몸무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몸통이 굵어야 한다. 가슴둘레가 큰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가슴 두께가 두툼해야 좋다.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올리면 된다. 그는 비록 키가 작았지만 몸집이 큰 선수와 부딪쳐도 밀리지 않았다. 몸싸움에서 공을 지켜내는 이강인도 그렇다. ‘풀 오버’라는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이런 몸을 가지면 심폐능력과 지구력이 향상되고, 호흡 숫자는 줄어들며,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잘하게 된다. 어려운 수학, 과학 문제를 푸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수학 성적이 좋아진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예체능 교육은 창의성 증진 외에도 인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주제다. 정말 그럴까. 필자는 그렇다고 믿는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