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럼]‘공해’ 정당 현수막, 즉각 철거가 옳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몇 달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이한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국의 교차로나 횡단보도, 특히 사거리마다 도배하다시피 내걸린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다. 정당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알리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숫자가 너무 많으니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행인들이 걸려 다치기 일쑤다. 더욱이 그 내용이 과장과 거짓말, 심한 모욕적 표현과 막말이 대부분이라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국민의힘이 동조해서 개정한 옥외광고물법 때문이다. 현수막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다. 그랬던 것을 여야 정치권이 정당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며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수량과 규격 제한도 받지 않고 원하는 곳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규제를 받는 일반 사업자 현수막과의 형평성, 정당 홍보물의 난립, 주민의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행안부 차관은 “주민들 입장에서 교통이나 환경 관리 차원의 어려움이 있는데,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 그걸 지자체가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를 무시했다.

 

시행된 지 3개월 만에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했다. 국회는 4일 ‘정당 현수막!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자신들이 봐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국민과 전문가들이 우려할 때는 들으려 하지 않더니 불과 3개월 만에 스스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선 것이다.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차제에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왜 정치인들은 그토록 특권 의식을 가지는가. 국회의원도 국민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스스로 법을 더 잘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NS나 유튜브라면 몰라도 누가 현수막에서 서로 비방하고 욕하는 내용에 관심을 가진단 말인가.

 

서로를 비방하고 욕하는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생각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여의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지르는 국민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정치는 올바름을 시행하는 것이다.(政者正也·정자정야) 상대방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정치다. 도덕성과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소명이란 말이다. 쏟아지는 주민들의 불만과 민원에 인천 계양구가 지역정치권과 합의해 정당 현수막을 동별로 1개씩만 설치하기로 합의했다는 데서 작은 희망을 본다.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정치권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정당 현수막의 수와 설치 공간을 제한해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동시에 정치 현수막의 내용도 비방과 모욕적 표현을 스스로 자제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줄이도록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바른 정치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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