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의 대전환…윤석열-기시다 공동선언을 향하여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 6일 윤석열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대위변제”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을 천명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물론 피해자 단체와 야당 측은 가해 전범 기업의 사죄와 배상 참여도 없는 한국 정부의 해법은 ‘굴욕적이며 몰역사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과학기술·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정부 간 협력체계 구축과 경제계와 미래 세대들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임을 약속했다.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에 대해 국제사회는 전반적으로 환영의 태도를 밝히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이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에 대해 한일관계의 ‘신기원적인 새 장(a groundbreaking new chapter)’이라며 환영했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보다 안정되고 번영하는 한일 양국 국민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중차대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한일 간 강제징용 배상 관련 합의를 ‘용기 있는’ 결정이자 한미일 3국 관계의 진전이라며 반색했다. 또한, EU의 대외관계청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 간 양자 관계를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은 EU에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유사입장국”이라며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국제질서에 기반을 둔 규범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있어 핵심축”이라고 강조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의 대전환에 박수를 보냈다.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법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이다.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사죄·반성의 언급을 피하면서 원론적 수준에서 환영한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요구해 온 ‘성의 있는 호응 조치’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점’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관계복원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이 일본은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 등 양국 경제계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가칭)에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욱이 기시다 내각은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도쿄 방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신(新)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일 양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협력 파트너로 미래 지향적 관계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동선언을 포함한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하면 윤석열-기시다 선언은 1998년 발표된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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