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박휘락의 안보백신] 안보 걱정 않는 대인배들의 정부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일 20.08.03
  • 작성자 박윤진
  • 조회수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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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없어졌나?

미국과 중국의 충돌에는 대비하고 있나?

한미동맹 붕괴는 걱정하고 있나?

연작처당의 인사들…정말 특이한 정부

강원도 고성 DMZ내 고성GP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말이 있다. “자기 진급되지 않는 것 하고, 자기 부인 바람난 것은 자신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안다.” 요즘 우리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면서 실제가 이렇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나라가 너무나 위태로운 것 같은데, 현 정부와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혹시 미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패망을 나보다 더욱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서 차마 말해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말(韓末)에 다른 사람들은 조선이 패망할 것을 다 알고 있었는데, 조선의 조정과 조선인들만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호의로 접근하는 미국과 프랑스의 배는 불태워 멀리하고, 승냥이와 같은 청나라나 러시아를 끌어들이고, 스스로의 군대도 보유하지 못할 정도로 국가안보를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 조선을 보면서 누군들 패망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본 주재 청국 외교관이었던 황쭌셴(黃遵憲)은 1880년 이미 조선의 태세를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나라는 패망하고 있는데, 패망하는 줄 모르는 국가와 국민이니, 자신의 집이 불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지지귀고 있는 참새나 제비와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북핵은 없어졌나?

조금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국의 안보상황을 위태롭게 평가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은 유효한 방어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6.25직후부터 핵무기를 개발하였듯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목적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시 실패한 ‘전 한반도 공산화’를 핵무기를 통하여 완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온갖 국제제재를 받으면서 천신만고를 거쳐서 개발했겠는가? 관상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가 있었던가?

그런데 현재의 한국 정부는 북핵에 대하여 전혀 걱정하지도 않고,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북핵을 걱정하고 있다. 가끔 우리 정부는 북핵은 미국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론을 보면 북한의 동향이 이상할 경우 미국의 정찰기, 특수부대, 공군기 등이 추가로 전개했다는 소식은 있어도 한국 정부가 위기대응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전혀 없다. 2018년부터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북핵을 폐기시킨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으면서 마치 북핵이 폐기된 듯 천하태평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북한 주도의 연방제 통일을 수용하라고 강요하거나, 북핵 위협을 배경으로 하면서 기습공격으로 서울을 점령할 때를 현 정부는 걱정하고 있을까? 북핵에 관한 제대로 된 대비책을 정부로부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국가안보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은 알고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충돌에는 대비하고 있나?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도 심상찮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였고, 다양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간첩행위를 명분으로 휴스턴에 있는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였다. 미국은 시진핑에 대한 호칭을 “주석”에서 “총서기”로 낮추고,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대결을 자유 민주주의 수호 차원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면서 중국의 공산독재와의 대결을 선언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굴복하지 않은 채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철수시켰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고유의 위성항법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어떤 나라도 그 누구도 중화 민족이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막을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저항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수의 저명한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듯이 미중충돌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그 사이에 끼인 한국의 안보는 엄청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래가 싸우니 새우가 어찌 무사하겠는가? 남한은 미국, 북한은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들의 전쟁에 연루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중국의 사주를 받아서 남한을 기습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미중 충돌의 심각한 ‘대리전(proxy war)’이 벌어질 것이고, 한반도는 핵전장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엄청난 숫자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은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야할 정도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강 건너 불 보듯이 한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포괄적이면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국가의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 한번 열지 않고 있다. 미중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기구를 구성하거나 자문기구를 조직하는 등의 조치도 없다. ‘연작처당’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은 한말의 조선 정부와 크게 다른가?.

한미동맹 붕괴는 걱정하고 있나?

우리의 선배들이 지금까지 안보와 경제번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너무나 지혜롭게 활용해온 한미동맹도 최근 너무나 불안해졌다. 미국 국방부는 7월 28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3만 4,500명 중 1만 1,9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이 미국이 요구한 국민총생산(GDP) 2%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위비분담에도 인색하고, 반미감정을 적잖이 표출한 한국이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걱정하고, 대책을 논의 및 강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실제로 미 육군대학원(US Army War College) 산하의 ‘전략연구원(SSI: Strategic Studies Institute)에서는 미중 충돌의 상황에서는 한반도는 협소하고 중국에 지나치게 근접하여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아니라면서 주한미군의 가치를 낮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 정도는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위기에 놀라지 않는 것이 ‘대인(大人)’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미동맹이 불안해져서 방위비분담을 타결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안보가 위태롭더라도 대인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제는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에 관한 논리도 바꾸고 있다. “우리가 방위비분담을 하지 않아도 미군은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다가 “주한미군이 일부 철수해도 괜찮다, 또는 철수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자존심에 비해 국가안보는 중요하지 않다.

묻고자 한다. 이전 정부와 우리의 선배들이 현 정부나 현 정부인사보다 훨씬 어리석어서 주한미군 철수를 그렇게 반대하고, 미국이 시도하면 막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는 것인가?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은 한국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사시 한국을 방어해주려는 미국의 의지도 약화될 것이며, 당연히 미국의 핵우산 이행 정도가 낮아질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 없이 북한의 핵위협을 막을 수 있는 복안이 있는가?

연작처당의 인사들

현 정부의 경우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일은 소인배(小人輩)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가 더 대인배(代人輩)인지 경쟁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7월 30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정말 아리송한 말을 했다. “핵보다 평화가 더 강력한 군사억제력”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쳐야”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 말이 무슨 의미인가? 북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도 필요 없고, 평화만 외치면 된단다. 그러나 이 말은 북한이 공격해도 저항하지 않은 채 항복하겠다는 말 아닌가? 그는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향 여부를 끝내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공수사권 즉 북한 간첩을 잡는 임무를 경찰로 인계한다고 하였다. 언론에서 “붕어 낚시꾼에 고래 잡게 한 것”이라고 표현하듯이 아무런 고급정보도 없는 경찰이 어떻게 북한의 고급간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말은 간첩을 잡지도 않을 것이고, 잡을 필요도 없다는 것 아닌가? 베트남과 독일이 통일된 이후 그렇게 많은 간첩이 나왔다는 데, 이래도 되는가?

안보에 대해서 가장 걱정해야할 국방부 장관까지 천하태평의 대인그룹에 가세하고 있다. 7월 28일 국회에서 한기호 의원의 질의에 대하여 정경두 국방장관은 재래식 무기로 북핵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렇다면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왜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했고, 인도가 핵무기를 개발하자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개발했나? 국방장관의 이 말은 결국 북핵 방어를 위한 특별한 대비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러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겠다는 말 아닌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래도 연작처당 아닌가?

정말 특이한 정부

잊고 있었던 조선시대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으면서 안일과 태평으로 지내다가 외국이 침략하면 얻어맞고, 나라를 빼앗으면 빼앗기고, 국민을 내놓으라면 내놓던 역사이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우리 선배들은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만든 대한민국이 이렇게 허무하게 패망해 가다니.

묻고자 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정말 우리 안보가 걱정되지 않나요? 북핵으로부터, 미중충돌로부터, 한미동맹 약화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어떤 복안이 있나요? 그러한 복안을 생각이나 하나요? 평소에 입만 열면 “국민”을 외치던데, 제발 국민들에게 보고 좀 해보세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기야 할까” “설마,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정말 극단의 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현 정부 인사들이 우리 대한민국이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다른 조직이나 사람을 위하여 일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는 것은 필자만일까?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https://www.dailian.co.kr/news/view/909554/?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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