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인유보금 '간주배당금 과세' 과연 타당한가? / 이한우(법학부) 겸임교수
1. 들어가며
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금융세제 개선, 신탁세제 개선, 주택 관련 세제 강화, 초과배당 증여이익에 과세 강화 등 기존의 세법 체계를 변화시키는 많은 개정사항 들이 포함되었다. 그 중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 33으로 신설하는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 신설”(이하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이라 함)은 기존의 사법(私法) 체계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독소조항으로써 법인을 도관으로 취급하여 법인소득의 일부를 주주에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조세(租稅)의 감면 또는 중과(重課) 등 조세특례와 이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과세(課稅)의 공평을 도모하고 조세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조). "조세특례"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의 특례세율 적용, 세액감면, 세액공제, 소득공제, 준비금의 손금산입(損金算入) 등의 조세감면과 특정 목적을 위한 익금산입, 손금불산입(損金不算入) 등의 중과세(重課稅)를 말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8호).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은 일정 수준을 넘는 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해 주주에게 실제로 배당을 하지 않았더라도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 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법령 신설을 법인세법 또는 소득세법이 아닌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은 기존의 세법 체계에서 없던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이지 조세특례(익금산입, 손금불산입 등의 중과세)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인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서 가족기업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족기업의 형태를 이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족이 아닌 주주에게 투자를 받기 어려운 점,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다르게 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인의 의사결정 대부분을 주주이자 대표가 하여야 하는 점, 미래상황의 불확실성 및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빠른 의사결정 등을 하기 위함이다. 또한 법인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외부 경쟁력, 대외 신인도, 금융기관의 자금 차입, 수출,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사업의 유치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설혹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을 개인으로 하지 않고, 법인으로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경제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하는 행위인데 세법이 이러한 자유로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는 매우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는 기존의 세법 체계에 없는 소득을 신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청회 또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 등도 없이 적용시점을 2021.1.1.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 분부터 바로 적용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매우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입법배경 및 관련 세법 개정안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해당 법 규정의 신설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입법 배경 및 세법 개정안
가. 입법 배경
한국조세재정연구원(김학수․우진희)은 기획재정부 정책과제 최종보고서로서 2017.7. “소규모 법인 과세체계 개선방안”을 제출하였다(이하 “2017년 소규모 법인 보고서”라 한다). 2017년 소규모 법인 보고서는 중소법인 과세체계 국제비교, 법인전환 실태조사 결과, 기업 규모별 사내유보 현황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정책 제언으로 크게 다음의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개인사업자가 법인으로 전환한 경우와 부동산 임대업 등과 같은 수동적 소득이 많은 업종에 대해서는 개인사업자에 적용되는 성실신고 확인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둘째, 중소기업의 업종간의 과세형평성을 고려하여 모든 업종에 추가로 과세하되, 미국의 개인지주회사세와 같이 소수 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법인의 수동적 소득을 중심으로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를 토대로 기획재정부는 2018년에 법인세법을 개정하여 소규모 법인(부동산 임대업 등 이자, 배당 등 수동적 소득이 많은 법인) 및 성실신고확인대상인 개인사업자의 법인전환에 대한 성실신고확인 제도를 도입하였다. 2017년 소규모 법인 보고서의 두 번째 방안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도입하려고 하는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이다. 특이사항은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과세를 법인세가 아니라 주주에게 배당된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나. 세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 33에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를 도입하는 것인데, 적용대상 및 과세방식 등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3. 관련 규정의 문제점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 도입에 따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보금 모두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금 부족으로 실제로 배당을 할 수 없는 법인에 대해서도 주주가 배당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소득세가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된다.
유보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은 없지만 회계학적으로 유보소득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대체적으로 이익잉여금을 의미한다. 이익잉여금이란 법인이 매년 결산을 통해 산정된 이익을 누적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익이 발생되면 증가하고 손실과 배당을 하게 되면 감소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잉여금 전체를 법인이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법인의 경우에는 배당자체를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배당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과세하는 문제, 즉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익잉여금 전체가 현금이 아닌 이유는 거래를 기록하는 회계가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이기 때문에 현금성 거래가 아닌 외상 거래 등에서도 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적정 유보소득이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에서 적정 유보소득은 유보소득(잉여금처분에 따른 배당 등 합산)의 50%와 자본금의 10% 중 큰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모든 법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일률적으로 계산된 금액을 적정한 유보소득이라고는 단정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법인이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이유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어야 하고 이러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보소득을 늘릴 수밖에 없다.
또한 법인 입장에서는 미래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들이 있을 수 있는데(예를 들면 고객의 소송, 코로나 등과 같인 경제적 상황변화, 천재지변 등),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유보소득을 늘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적정 유보소득이라는 것은 각 개별 법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배당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 소득세를 과세하고, 법인이 손실이 발생하여 적정 유보소득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에는 간주배당으로 과세한 것을 도로 환급을 해줘야 정상적인 과세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는 세법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이 때문에 타당하지도 않다. 어차피 유보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을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시점에 과세되기 때문에 과세 시점에 차이만 있는 것이지 개인사업자와 비교하여 결코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없다.
셋째, 이중과세의 문제이다. 향후 실제 배당을 하는 경우에는 배당 간주금액을 배당소득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중과세가 발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여 간주 배당금액에 대해 과세가 되었지만 이후 경기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 등으로 법인이 계속 손실을 초래한다면 실제로 배당이 이루질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 위에서도 서술하였듯이 간주 배당금을 환급해 주지 않는 이상 이중과세에 해당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추후에 과세되는 세금을 선납개념으로 미리 과세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넷째, 입법 방식의 문제이다.
기존의 세법 체계에서는 없던 소득을 새롭게 신설하면서 법령도 개별세법이 아닌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적용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입법 편의성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과세체계의 불합리성을 야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더구나 간주배당 배제 법인을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주배당 제외 법인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것은 업종간의 과세 형평성 문제, 제외 되지 않는 업종의 입법 로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법을 입법하는데 있어서 먼저 규정하여야 할 사항과 나중에 규정하여야 할 사항을 구분하여 입법을 하여야 하는데,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 도입은 우선 전체 업종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입법을 하고, 나중에 제외 업종을 시행령으로 규정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업종을 늘릴 수도 또는 줄일 수도 있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 도입에 따른 대상 업종, 대상 법인을 일정 매출액 또는 자본금 등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이를 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추후 과세절차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방식의 입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과도한 납세협력 비용이다.
법인은 원천징수의무자로서 간주배당금액의 계산, 간주배당금액에 대한 원천세 신고․납부, 간주배당금에 대한 지급명세서 제출 등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행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는 법인에 대해서는 가산세 뿐만 아니라 본세까지 부과되는데, 이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에게 과도한 납세협력 비용이 발생되는 문제가 발생된다. 실례로 2019년부터 도입된 반기 근로소득 등에 대한 지급명세서 제출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가산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였다.
여섯째, 외국 사례의 허구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의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하여 배당 소득세로 과세하는 나라는 없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 문답자료 52페이지에서 제시하는 해외사례는 일본의 동족회사 유보금 과세와 미국의 개인지주회사세이다. 그런데 일본의 동족회사 유보금 과세와 미국의 개인지주회사세 모두 법인에게 일반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과세하는 것이지 유보금을 배당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 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일본의 동족회사 유보금 과세는 자본금 1억엔(한화로 대략 1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미국의 개인지주회사세는 모든 유보금액이 아니라 수동적 소득(부동산업에서 발생된 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이자소득(법인이 보유한 현금에서 발생된 이자소득은 제외),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는 일본과 미국 같이 과세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상 범위도 없이 모든 업종 및 모든 법인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이고, 제외 하고자 하는 법인을 추후에 시행령에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인세법 규정에서도 일본 및 미국과 같은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바로 법인이 주택 또는 비사업용 토지의 매각 차익에 대해서는 각 사업연도 법인세 이외에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과세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및 비사업용 토지를 매매하는 부동산업에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 과세까지 이루어진다면 이중과세를 넘어서 각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토지등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유보금액에 대한 배당간주세로 삼중의 세금을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수적인 문제로써 간주배당금액 계산 및 신고절차에 따른 세무대리인의 업무 과중, 정확한 간주배당금액 산정 및 신고절차 미이행에 따른 세무대리인의 손해배상 문제, 중소기업의 주주는 대부분 가족 및 친․인척인데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고자 가짜 주주를 구성하는 주식의 명의신탁 문제, 실제 배당시 차감하기 위한 간주배당금 내역에 대한 관리 문제 등 실무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4. 결론
이상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 도입은 철회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코로나 등으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고, 재난 지원금 지급, 뉴딜 사업 등으로 국가 재정이 매우 많이 필요한 실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증세를 한다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과세형평성을 흩트리고 경제주체의 행위를 왜곡하는 법인 유보금에 대한 간주배당에 대한 배당소득세 보다는 차라리 각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 이외에 유보금액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동족회사 유보금 과세는 비동족회사와 동족회사의 과세형평성 문제가 있고, 경제상황 등으로 일본의 동족회사 유보금 과세가 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본 변호사 연합회와 세무사 연합회가 2005년 세법 개정 건의서에 이론적 근거의 빈약함과 과세제도의 폐해로 인해 폐지를 건의하였으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한번 잘못된 입법을 바로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사회는 유관기관(공인회계사회, 중소기업 중앙회 등)과 협력하여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의 법인 유보금액에 대한 간주배당금에 대한 과세 도입이 철회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회를 설득해서라도 해당 규정이 도입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한우 세무사 프로필]
△ 세무법인 화우 세무사
△ 국민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 국민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 영진사이버 대학교 부동산학과 부동산세법 외래 강사
△ 부천시청 외부 전문 감사관
△ 국세청 국세상담센터 운영심의회 심의위원
△ 한국세무사회 기업회계자격시험 출제 위원
이한우 세무사 (sejungilbo)
원문보기: http://www.sejun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36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