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G2 신냉전과 北의 좁아진 선택지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는 미·중 대립, 이른바 `신냉전`은 앞으로 오랫동안 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의 정치적 지형을 결정할 것 같은데 남북한 모두 불가피하게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며, 경제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남한은 이 대립에 휩쓸리지 않는 것을 원하지만 성공할 희망이 거의 없어 보인다. 남한은 조만간 선택에 직면하게 될 텐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적지 않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단기적으로 미·중 대립은 북한에 분명히 좋은 소식이다.
북한은 1960년대 초부터 중국과 소련의 대립을 비롯한 강대국의 대립을 잘 이용하고 많은 지원을 얻어냈다. 그래서 지금 북한 외교관들은 옛날 기술과 경험을 다시 활용할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 동북아 상황은 여전히 북한에 유익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의 대립 때문에 중국은 완충지대인 북한을 유지할 필요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원래도 남북 분단을 비롯한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지만 새로운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서 위기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유엔 대북제재를 무시하면서 조용히 대북 지원을 행하고, 북·중 국경에서 벌어지는 밀무역에 눈을 감을 것이다. 강력한 제재가 북한의 유의미한 양보를 불러온다는 희망은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었지만 오늘날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지금 북한은 국내에서 기근이나 심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중국에서 필요한 만큼 지원이 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핵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 합법적 핵 보유국 중 하나인 중국은 자신의 전략적인 특권을 파괴하는 핵 확산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새 상황에서 중국은 가끔 미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묵인할 것이다.
북한에 미·중 대립의 격화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가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 또는 상쇄시킬 대안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등거리 정책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 외교가 1960~1980년대 성공했던 이유는 중국뿐만 아니라 소련도 북한을 지원할 이유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북한은 자신의 요청을 중국이 계속 거절할 경우 같은 요청을 소련에 하겠다고 암시했다. 물론 소련을 다루는 기술도 비슷했다. 중·소 양측 모두 북한이 반대 측으로 넘어갈 것을 걱정했기 때문에 이러한 협박은 효과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중국에 사용할 `강대국`이 없다. 북한 외교관들은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요구를 하지 못하고 중국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관계는 김씨 일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장기적인 생존을 필요로 하지만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북한은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중국은 김정은이 중국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김정은 정권을 교체할 수도 있다. 북·중 간 접촉이 더욱 많아진다면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1956년 중국은 소련과 함께 김일성을 제거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북한 지도부는 이 사실을 오늘날까지 잊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친중 경향으로 알려진 장성택을 숙청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중국과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에게 미·중 대립은 일시적인 안도를 의미할 뿐이다. 그들에게 바람직한 전략은 북한이 한 강대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서로 대립하는 2~3개 강대국을 대상으로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과 남한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의 희망이 언제 현실이 될지 알기 어렵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7/742621/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