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의 새론새평] 극에 달한 친일파 몰이, 더 이상은 안 된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일 20.07.17
  • 작성자 박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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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백선엽 장군이 서거했다. 백 장군은 6·25 동란 시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존망의 기로에 섰던 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웅이다. 그런 영웅을 집권 여당과 진보 좌파는 친일파라고 비판하고 혹자는 국립묘지에도 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가 친일파라는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가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간도특설대에 배치되어 만주에서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가 배치된 1943년 만주에는 독립군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비적 떼와 같았던 팔로군들만 간혹 남아 있었다. 좌파들은 일본군 장교가 된 그가 만주에 배치되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몰아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한국화의 거장인 월전 장우성 화백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나 유관순 열사, 강감찬 장군, 윤봉길 의사 등 7분의 표준 영정을 그린 분이다. 좌파들은 그가 친일파라고 비난하면서 충무공과 유관순 열사 등의 표준 영정을 바꾸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장 화백이 친일파라는 근거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4회 연속 특선을 해 추천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선전은 오늘날 국전에 해당하는 조선 최고의 미술전람회였다. 여기에서 특선을 한다는 것은 미술가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관문이었고 4회 연속 특선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의미다. 좌파들은 친일의 구체적 행적 없이 '선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니 친일파라며 그가 그린 영정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난리들이다. 장 화백이 친일파여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좌파들은 친일파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대한민국을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 나라라며 비판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2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10여 년에 걸쳐 4천776명의 친일파를 발굴(?)하여 2009년 3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하지만 광복 직후 구성된 반민특위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친일혐의자는 680여 명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위원들이 생생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친일혐의자가 그 정도였는데,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발굴했다는 친일행위자는 그 9배에 달한다. 그들이 친일파의 기준으로 정한 것 중 일본군 근무자는 당초 영관급 이상으로 정했다가 박정희가 빠지게 되니 다시 위관급으로 낮추어 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켰다. 이런 자의적 기준으로 판단한 친일행위자 목록을 믿어야 하나.

1912년 신의주에서 태어난 손기정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여 지금도 추앙받고 있다. 1932년 동아마라톤대회에 신의주 대표로 출전해 2위를 했던 손기정은 1935년 조선마라톤과 전 일본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여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고, 그래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손기정은 1937년 양정고보를 졸업했고, 1940년 메이지대학을 졸업했다. 일제강점기 마라톤 선수로서 손기정은 당연히 거쳐야 할 예선을 거쳐 본선인 베를린에 출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좌파들이 친일 청산을 제대로 했다는 북한의 경우를 살펴보자. 조규봉이라는 조각가가 있다. 1917년 인천에서 태어난 조규봉은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천재적 조각가였다. 장우성 화백처럼 '선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했던 그는 일본의 '문부성전람회'(제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선을 했다. 그때까지 '제전'은 일본의 자존심 격이라 조선 사람에게 특선을 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조각가로서의 조규봉은 탁월한 예술가였다. 그는 1946년 월북 후 북한에서 김일성 동상과 중국인민지원군우의탑을 만들었으며, 북한 조각예술의 대부로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런 조규봉이 친일파로 비난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좌파의 논리대로 백선엽, 장우성이 친일파라면 손기정도 당연히 친일파여야 한다. 좌파들은 왜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는가. 좌파의 친일파 몰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걸핏하면 보수우파 인사들을 독재자의 후예니, 친일파의 후손이니 하면서 사실에도 맞지 않는 비판을 하곤 했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친일파니 토착왜구니 하면서 반일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국민도 감정적 반응보다 논리적 판단을 통해 친일파 몰이의 허구성을 깨달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여당인 민주당에도 진짜 친일파의 후손들이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근거도 없이 논리도 없이 사회를 분열시키는 망언을 삼가기 바란다.

 


원문보기: https://news.imaeil.com/Satirical/202007151439204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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