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시론] 최고의 SI 영업 전략 / 김현수 BIT전문대학원장

  • 작성일 05.10.20
  • 작성자 디지털타임스
  • 조회수 6040
  • 첨부

[디지털타임스 2005-10-18 07:50]


김 현 수 한국SI학회 회장ㆍ국민대 교수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다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바를 행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를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 쉽다'고 주장하였다. 선행으로 보이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반면, 악덕으로 보이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고 번영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도 주장하였다. 현대사회는 국가보다 기업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마키아벨리의 주장대로라면 기업이 번영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실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법과 제도의 한도 내에서, 경쟁자의 사업 전략을 고려하여 최선의 실존적인 경쟁 전략을 도출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최선의 전략일까?

최근 SI 사업에서 최선의 영업 전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었다. SI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전략, 해당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전략, 해당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바람직한 전략이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길은 통하는 것이고, 변치 않는 진리는 있다고 생각된다.

기업과 산업발전을 위한 이상적인 영업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환경과 제도 및 불합리한 관행 때문이다. 제안단계에서 제안서 작성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이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제안서를 돌려받지 못하여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의 기술력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기업이라도 고유의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역량을 축적하는데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경쟁에서 이기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붓기 마련이다. 과도한 영업 경쟁이 필연적인 것이다. 또한 기술성평가가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거의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다. 현재 기술성평가기준에 있는 항목 대다수가 계량적인 항목이 아니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평가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평가 후보들에 대한 사전 영업이 활발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발주자인 고객과의 관계도 대등하게 되기 어렵고 활발한 사전영업이 필요한 것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마키아벨리의 지적대로 실존은 이상에 우선한다. 제도를 정비하여 이상적인 영업활동이 최선의 영업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열심히 기술 축적하고, 고객서비스를 충실히 하는 것이 최선의 영업 전략이 되도록 물꼬를 돌려주어야 한다.

우선 기업들의 노하우가 담긴 저작물들을 보호해주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하고, 기술성평가기준을 가능한 객관화하고, 필요시 평가위원 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평가 후에 제안서를 돌려주어 기업의 고유기술이 보호되도록 해야 하고, 기술성평가기준의 많은 항목들을 가능한 객관화시켜야 한다. 기업에 대한 평가항목들은 계량적 지표로 변환이 가능할 것이며, 프로젝트 평가를 위한 지표 중 일부는 계량화 가이드를 만들어주어 주관적 판단의 편향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불성무물(不誠無物)이라고 하였다. 고객의 진정한 신뢰를 얻는 것이 최고의 SI 영업이다. 고객이 신뢰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인정받는 노력이 최고의 영업 활동인 것이다. 신뢰는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에서 얻어진다. 기술개발과 역량 축적이 항시 우선시되는 환경과 서비스 품질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때 SI영업은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홍보, 기업의 서비스 역량에 대한 시연,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약속 등의 고유 활동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다. 성실함은 사물의 처음이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