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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SI업계, 아직도 먼 봄 / 김현수(BIT전문대학원)교수

  • 작성일 04.04.09
  • 작성자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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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08일 (목) 10:56

김현수 국민대교수·한국SI학회장

4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일깨운다고 토머스 엘리어트는 노래하였다. 우리의 봄은 100년만의 3월 폭설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속에서 시작되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SI/소프트웨어 업계는 생존의 기로에서 봄을 갈망하고 있다. 언제쯤 경기는 풀리고 청년실업은 해소될 것인가? 절망의 끝은 희망이 아니던가! 어떻게 하면 우리 SI업계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업계에서 신규인력 채용을 못하고,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 이유는 경기침체라는 경제 환경적 요인보다, 그동안 누적되어온 뿌리 깊은 사업관행의 불합리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제안단계와 사업수행단계, 그리고 종료단계까지 기업이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우선 제안단계에서 영업비용과 제안서 작성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사업수주 환경이 문제이고, 더구나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이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제안서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탈락기업의 사업수행 전략이나 노하우가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의 기술력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게 되면, 기업들은 고유의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경쟁에서 이기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 붓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도한 영업 경쟁이 있게 되고, 승리를 위한 술수들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기술력 축적은 뒤로한 채 단기적인 이익 추구와 영업력 확대에만 몰두하게 된다. 기업 고유의 기술력이 보호되고 기업의 기술력 축적이 장려되도록 제안단계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사업수행단계에서도 빈번한 요구 변경이 대가없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건설사업의 경우 설계 변경이 있게 되면 필연적으로 사업비 변경이 수반된다. 더구나 수주자와 발주자가 설계변경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예비비를 넉넉하게 확보해두어야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SI사업의 경우, 정보시스템 요구사항의 특성으로 인해서 건설 사업보다 설계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예비비 개념이 없고,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대가의 추가 지급이 없이 요구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설계 변경에 대비한 예비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식전환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사업대가의 변경이 없는 요구변경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업 종료 후에 사업 산출물의 저작권이 발주자에게 귀속되는 것도 문제이다. 발주자의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결과물은 당연히 발주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상식일 수 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을 보아도 정부 공공사업의 산출물의 저작권을 사업수행자도 가지고 있다. 저작권 관련 이슈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 상세히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SI 사업의 경우, 지적 자산이 기업에 축적될 수 없는 환경에서는 기술력 축적이 불가능하고,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술 축적 자체가 불가한 환경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며,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위의 과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부혁신이 필요하다. 유능한 정부 공무원들의 봉사 열정을 옥죄고 있는 구태의연한 규정중심, 비용중심의 감사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정부정책의 방향전환도 필요하다. 수요자 지원이 아니라, 공급자 지원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사업을 창출하고, 일감을 많이 만들어주어 능력있는 사업자들이 많이 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전자정부사업을 비롯하여 고도의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이 많이 발주될 수 있도록 사업 기획 강화가 필요하다. 해외 진출 지원에서도 해외 사업 창출 차원에서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4월은 혁명이 있었던 달이고, 부활이 있었던 달이기에, 더욱 희망만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