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목진휴/공무원, 변화의 주체돼야

  • 작성일 04.04.09
  • 작성자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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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08일 (목) 19:06

‘공무원이 철밥통’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이 공무원의 입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나왔기에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누구든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드러내고 질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공무원들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자책(自責)은 ‘경쟁력 제고’를 구호로 내걸고 정부개혁의 노력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공무원 사회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철밥통-정부米’ 의미있는 자책‘▼


능력 있는 공무원’은 국민 모두가 희망하는 바다. 그러나 무작정 바란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의 공무원들은 ‘철밥통’이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정부미(米)’로 회자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고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는 과거의 영광에 젖어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잘못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비록 일부 공무원에 국한된 경우일지라도, 각종 규칙과 규정의 오남용을 통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신분보장의 틀 속에서 복지부동과 현실안주에 급급하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오늘날의 공무원은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변화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그런 반면, 공무원들은 ‘열악한 업무환경에 처해 있다’고 항변한다. 권한은 주어지지 않으면서 잘못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간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급여 수준이 떨어지지만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는 지켜야 한다. 잘못되기만 하면 모두 ‘공무원 탓’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되려면 자신의 능력발휘를 저해하는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공무에 관한 권한의 범위와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책임행정제의 개념이 활용되고 하의상달(下意上達)의 문화가 관행으로 정착될 때, 정책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정책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기계발 교육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무원의 재교육 방식은 업무교육에서 자질교육으로 그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임시방편적인 보충수업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실력을 갖출 수 없으며, 올바른 정신과 소양을 갖추지 못한 공무원은 유능한 공무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산 후 육아휴가를 갖는 것처럼 일정기간의 근무에 따른 안식기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셋째, 공직사회의 사기진작을 위해 임용과 승진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수직에 대한 개방임용제나 고위공직자 부처간 교류제의 확대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신규공무원 임용방식으로 인턴식 예비공무원제를 도입하면 시험 위주가 아닌 적성 위주로 공무원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한시적이고 특별한 경우에 국한해야 할 것이지만, 파격적인 승진 방안도 시간만 차면 윗자리로 옮긴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상과 책임’으로 경쟁력 높이길 ▼


마지막으로 공무원들이 ‘철밥통’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도록 보상의 체계와 수준도 바꿔야 한다. 능력에 걸맞도록 보상체계의 차등화를 시도해 설령 같은 직급이라도 능력에 따라 보상의 차이가 있도록 해야 한다. 충분하고 정당하며 특별한 보상이 있을 때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 진정으로 책임도 물을 수 있고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때 ‘검은손’의 유혹도 뿌리칠 수 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