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는 죽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도입한 20세기 현대 문학의 대표적 모더니스트인 영국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단편집 ‘유산’(솔)이 출간됐다.
‘유산’은 지난해 4월 김정 가톨릭대 교수,서지문 고려대 교수 등을 주축으로 창립된 ‘한국 버지니어 울프 학회’의 두 번째 결과물로 이로써 지난해 8월 펴낸 단편집 ‘불가사의한 V양 사건’과 함께 울프가 남긴 단편소설들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됐다. 솔출판사는 박희진 서울대 명예교수,정명희 국민대 교수,정덕애 이화여대 교수,오진숙 연세대 강사 등 영문학 전공자 4명으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간행위원회를 구성,1995년부터 울프의 장편 소설과 에세이,일기 등 7권을 간행해왔다.
1910년대에 쓴 초기작 ‘조앤 마틴 양의 저널’부터 울프가 자살하기 한 달 전인 1941년 2월에 쓴 ‘해변의 유원지’까지 23편이 실려 있는 ‘유산’은 장편에 비해 유머가 풍부하고 분위기도 밝으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해변의 유원지에서 조수는 영원히 가까이 오다 물러나다 하는 것 같다. 조수는 이 작은 물고기들을 드러나게 한다. 조수는 물고기들 위로 세차게 흐른다. 조수는 물러난다. 그리고 유원지 전체에 퍼져 있는 듯한 어떤 기묘한 비린 냄새가 매우 강하게 풍기면서 다시 물고기가 나타난다.”(‘해변의 유원지’)
울프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서술 기법을 실험했기 때문에 단편소설의 세계조차 그녀의 천재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표제작은 가정에 갇혀 살던 유명한 정치가의 아내가 빈민봉사활동을 하러 나섰다가 하류계급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뒤 교통사고를 가장해 자살하는 과정을 그렸다. 울프의 작품 가운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 기법으로 썼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고 있는 작품. 이밖에 커튼을 바느질 하던 유모가 잠들자 커튼 속의 동물과 마을 사람들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내용의 동화적인 소설 ‘럭튼 유모의 커튼’,기차여행을 하는 작품속의 소설가가 앞자리에 앉은 나이든 여자를 관찰하는 과정을 수필형식으로 쓴 ‘씌어지지 않은 소설’ 등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