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강 인터넷저장공간 서비스 '팝데스크' 운영
"400만회원…매출 약 200억중 절반정도 이익 예상"
[조선일보 임정욱 기자]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사업분야에서 매출액의 50%에 이르는 고수익율의 인터넷 회사를 일구어낸 젊은 벤처기업가가 있다.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36)이 그 주인공. 그는 불모지였던 인터넷 저장공간 서비스를 1999년 시작한 이래, 2001년 유료화를 통해 연간 시장규모 1000억원에 육박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했다. 그는 이재웅 사장(다음커뮤니케이션), 이해진 사장(NHN)의 등장 이후 한 동안 뜸했던 국내 인터넷 벤처업계에서 새로운 스타 CEO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텍의 팝데스크 서비스(www.popdesk.co.kr)는 가입자당 100기가바이트(GB)의 인터넷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10명에게 100기가씩 나누어줘도 1테라바이트의 막대한 저장공간을 필요로 한다. 언뜻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텍은 그것을 수백만명에게 공짜로 나눠주고 있다.
지난 1999년 그가 이런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할 때, 당시 국내 벤처캐피탈의 심사역들이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어떤 네티즌이 그 정도 엄청난 용량을 필요로 하며 그것도 돈까지 내고 쓰겠냐는 것. 10기가가 넘는 하드디스크도 흔치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업시작 4년째인 2003년 말. 팝데스크 서비스는 40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저장공간 서비스 업체로 떠올랐다. 400만명의 회원중 100만명 정도가 유료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회원이다.
그래텍의 성장 곡선은 눈부시다. 유료화 원년인 2001년에는 24억의 매출액을 올렸던 것이 그 다음해인 2002년에는 134억의 매출액에 68억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사업 내실화를 기한다는 올해도 200억원이 넘는 매출액으로 50% 정도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네티즌들이 자료를 올릴 때는 돈을 받지 않고,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때만 과금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충분히 자신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이면 네티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팝데스크는 쉽게 얘기해서 데이터 자료를 인터넷에 저장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필요할 때 다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전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성공한 사업분야다. 전송 속도가 빠르고 이용료가 값싼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의 뒷받침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텍은 사용자들이 무료로 기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프리미엄서비스 가입자의 경우 정액제나 종량제로 고속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팝데스크가 하루에 사용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25기가바이트. 국내 최대의 포털들이 하루 5기가정도의 데이터 트래픽을 사용하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양을 쓰는 셈이다.
사실 그래텍은 인터넷저장공간 제공서비스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시장을 개척한 만큼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왔다. KT, 데이콤 같은
대기업들이 주 경쟁자이며 올해에만 40여개의 신규 서비스가 등장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하지만 그래텍은 경쟁자들의 도전을 코웃음치며 비교할 수 없는 수익율로 1위사업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 비결이 뭘까.
"네티즌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 가장 품질높은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술력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배사장은 전직 개발자 출신으로 컴퓨터에 미친 사람이다. 국민대 금속공학과 86학번인 그는 대학교 재학시절 UNICOSA라는 컴퓨터동아리의 전국 회장을 지냈다.
삼성전자 시절에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쉽"이라는 제도의 산파역을 맡았다. 전국의 뛰어난 대학생 인재를 발굴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그가 키워낸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벤처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 경험이 그래텍을 창업하는데도 밑거름이 됐다.
인터넷 기술에 대한 그의 혜안과 뛰어난 개발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팝데스크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사실 돈만 들이면 고가 장비를 사들이고 개발을 외부 회사에 맡겨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텍은 쉬운 길을 놔두고 일부러 어려운 길로 돌아갔다. 배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무식하게'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 것. 한 푼이라도 아껴 싸고 좋은 장비를 사고 그 장비를 100% 이상 활용하기 위해 개발자들과 밤을 새웠다.
몇 가지 에피소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IBM에서 70기가짜리 신형 하드디스크가 출시됐다는 정보를 얻었다. 서비스 초기부터 대용량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고 미국, 일본에서는 너무 가격이 비쌌다. 전세계를 뒤져 정보를 수집한 결과 헝가리에서 만든 그 제품이 가장 가격도 싸고 품질도 괜찮다는 뉴스를 접했다. 수소문을 통해 싱가포르의 딜러를 통해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해왔다. 기술자들이 밤을 새며 이 하드디스크로 직접 서버를 조립했다.
초창기보다는 비교적 고가 장비를 사용하는 지금도 스토리지(storage·저장장치)를 제어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는 직접 개발해서 사용한다. 세계적인 스토리지 회사들도 제품을 가지고 들어와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그래텍의 기술에 혀를 내두른다.
한 세계적인 IT업체는 그래텍의 스토리지 제어기술에 감탄한 나머지 오히려 그래텍에게 그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기들에게 팔라고 제안했을 정도.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주객이 전도될 것 같았죠. 차라리 당신들 장비를 안쓰고 말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회사에 자금력이 풍부해진 지금도 값비싼 상용소프트웨어는 쓰지 않는다. 지금 사용하는 4백여대의 서버에는 모두 리눅스, 프리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s), 아파치 같은 오픈소스(Opensource)계열 공짜소프트웨어를 쓴다. 이런 오픈소스 기반 무료소프트웨어를 써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녔기 때문. DB(데이터베이스) 등이 문제가 있을 때 오픈소스계열 외국 프로그래머들에게
질문 이메일을 보내면 금새 원하는 답변을 얻는다.
"이렇게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환경에서 자기들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해본 일이 없다고 오히려 신기해 합니다. 만약 우리가 고가의 오라클 DB를 썼더라면 틀림없이 망했을 거예요." 이같은 노력이 50%대의 고수익율을 올릴 수 있는 탄탄한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그런 그래텍에도 좌절은 있었다. 지난 10월말 코스닥 등록 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것. 코스닥위원회측은 "그래텍은 올 수익성은 좋았지만 사업성과 성장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류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위원회측이 불법 자료들이 난무하는 인터넷 하드디스크 서비스에 대해 우려해 이같은 판정을 내렸다는 견해도 있다. 배 사장은 "우리가 이뤄놓은 것에 비해 평가절하 받고 있는 부분이 있어 억울하다"고 말한다. "불법의 온상이라든지, 사업 구조가 취약하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2004년의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아예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꿀까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는 차라리 이 기회에 회사의 내실을 더 기하겠다는 생각이다. 매출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수익성이 낮은 매출 부분은 과감히 떨어낸다는 이야기. 내년도 매출 목표도 240억원 정도로 작게 잡고 신규 사업부문인 모바일 게임쪽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2~3년 뒤에 우리 회사의 캐쉬카우(Cashcow·알짜 흑자사업) 역할을 할 부분을 새로 배치하려고 합니다. 몇 년 뒤를 준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텍은 모바일 게임과 해외진출사업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모바일게임 부문은 지속적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일본에서 최근에 ‘하코바코’라는 인터넷 저장공간서비스를 11월에 시작했다.
하지만 배사장의 비전은 또 다른 곳에 있다. 강력한 인터넷 스토리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멀티미디어 유통 채널을 확립하는 것. 팝데스크 서비스를 대부분 대용량 영화 파일을 주고받는데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아예 ‘GOM플레이어’라는 새로운 동영상 재생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는데 그동안 나온 어떠한 제품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동영상 파일을 완전히 다운 받지 않고도 전송받으면서 미리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텍은 이 GOM플레이어를 통해 각종 유료 영화서비스(Video on demand)나 벅스 같은 음악듣기 서비스(Audio on demand)를 펼쳐 나간다는 복안이다.
"그래텍은 본질적으로 컴퓨터에 미친 사람들이 끌어가는 회사입니다. 단체 회식을 하고도 얼큰하게 취해서 항상 2차는 회사에 들어와서 PC 게임을 하면서 노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죠. 인터넷 헤비유저(Heavy User)가 역시 가장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정신으로 미래를 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