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버디 실패해도 파 지키자”… 소극적 마음에 짧게 치고 성공률 ‘뚝’ / 최우열(체육대학) 겸임교수

  • 작성일 19.07.03
  • 작성자 박차현
  • 조회수 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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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퍼트’를 길게 치지 못하는 심리 

프로 골퍼도 크게 다르지 않아  
PGA 250만개 퍼트 분석하니  
같은 거리의 파 퍼트보다 짧아  
위험 회피하기 위한 심리 때문  

반대로 실수뒤 보기 예상되면  
해저드 빠질 위험이 있음에도  
파 위해 직접 그린 노려 ‘과감’ 

2002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당시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대니얼 카너먼이 선정되자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카너먼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버클리대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심리학자였기 때문이다.

카너먼은 인지심리학자로 주로 인간의 의사결정과 판단에 관해 연구하면서 애덤 스미스 이후 수백 년 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진,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믿음을 흔드는 연구 결과들을 잇달아 내놓아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카너먼의 연구는 오늘날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했다. 

기존 경제학은 합리적인 행동을 가정해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사람들은 카너먼의 주장처럼 이성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인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 이성보다는 감정의 영향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퀴즈대회에 출전한 당신은 현재 상금 1000만 원을 획득했다. 다음 단계에 진출해 정답을 맞히면 총 2000만 원의 상금을 획득할 수 있지만, 틀리면 한 푼의 상금도 받을 수 없다. 이때 정답을 맞힐 확률이 60%라면 당신은 과연 다음 단계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 

아마도 여러분은 다음 단계의 도전을 포기하고 1000만 원을 선택할 것이다. 불확실한 2000만 원보다 확실한 1000만 원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떨까? 당신이 말한 퀴즈의 정답이 틀려 지금까지 획득한 상금 중 1000만 원을 벌칙으로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이때 사회자가 당신이 다음 단계의 문제에 도전해 만약 정답을 맞히면 한 푼도 내놓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대신 틀리면 추가로 1000만 원을 더해 총 2000만 원을 벌칙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때 정답을 맞힐 확률이 40%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번에는 아마도 앞서와는 달리 꽤 많은 사람이 다음 단계의 도전을 선택할 것이다. 무조건 1000만 원을 내놓기보다는 비록 40%의 확률이라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 운을 맡기는 것이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경제학의 주장처럼 합리적이라면 두 경우의 선택은 정반대가 돼야 옳다. 첫 번째 경우에서 다음 단계 도전의 기댓값은 1200만 원(2000만 원×60%+0원×40%)으로 도전을 포기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상금 1000만 원보다 크고, 두 번째 경우에서 다음 단계에 도전했을 때 기댓값은 1200만 원(-2000만 원×60%+0원×40%)으로 도전을 포기했을 때 벌칙(1000만 원)보다 크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기댓값의 크기가 1200만 원으로 같지만, 이득이냐 손실이냐에 따라 사람들은 상반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카너먼의 전망이론은 이처럼 인간에게는 똑같은 상황이지만 확실히 이득을 얻는 상황에서는 더 안전한 쪽을, 반대로 확실히 손실을 볼 상황에서는 도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주식이 오를 때는 혹시 떨어질까 봐 고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금세 팔아버리고 반대로 주가가 내려갈 때는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로 손절매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후회하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골프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수한 뒤 보기(손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많은 골퍼가 안전한 레이업보다 파를 지키기 위해 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음에도 곧잘 우드나 롱아이언으로 직접 그린을 노리는 모험을 감행한다. 또 같은 거리의 퍼트라도 놓치면 확실히 보기(손실)가 되는 파 퍼트는 과감하게 길게 치지만, 버디(이익)를 노리는 상황에서는 최소한 파는 지켜야 한다는 소극적인 마음에 홀보다 짧게 퍼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은 프로골퍼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행동경제학자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드빈 포프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모리스 슈바이처가 6년 동안 239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의 250만 개가 넘는 퍼트를 분석한 결과, 버디 퍼트가 같은 거리의 파 퍼트보다 항상 짧고 성공률도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득을 볼 상황에서는 ‘위험회피’ 성향을, 손실을 볼 상황에서는 ‘위험추구’ 성향이 나타난다는 전망이론의 주장이 실제 골프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두 사람의 계산에 따르면, PGA투어 상금 순위 20위 내 선수가 이렇게 놓쳐버린 버디 퍼트 하나의 경제적 가치는 대회당 평균 64만 달러(약 7억5000만 원)에 이른다고 하니 프로골퍼라면 버디 퍼트는 무조건 길게 치고 볼 일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0101032839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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