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보다는 실력"... 세계 수재들과 맞짱 / 이해리(컴퓨터학부 4)
'2006 이매진컵'에 참가중인 한국대표팀 '스위트 드림'. 왼쪽부터 이해리, 박완상, 정혜화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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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팀 이름요?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꿈의 표현이었어요. 사실 저희 셋 모두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잘 해서 외국
구경을 하고 싶었죠.”
‘스위트 드림(Sweet Dream)’의 멤버인 한성대 3학년 박완상(25) 씨는 한국팀으로 유일하게 소프트웨어 월드컵으로 불리는 ‘2006 이매진컵’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팀 멤버는 박 씨, 국민대 4학년 이해리(23·여) 씨, 동국대 4학년 정혜화(24·여) 씨 등이다.
○ ‘비주류’, 세계의 수재들과 겨루다
이들은 인도 아그라와 델리에서 6∼11일 열리는 이매진컵 결승전에 참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에서 41개 나라의 대표와 자웅을 겨룬다.
스위트 드림은 보통의 요즘 젊은이들과 많이 다르다. 국내 예선이 끝난 6월 미국에 초청돼 꿈을 미리 이루긴 했지만 그전에는 해외 구경을 해 보지 못했다. 남들이 다 가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멤버도 없다. 그래서 작품을 영어로 발표하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영어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게 큰 약점이었어요. 다른 것은 웬만한 외국 팀보다 잘할 자신이 있지만 언어 때문에 손해를 볼 것 같았거든요. 영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발음 교정까지 받았습니다. 발표 내용과 예상 질문을 달달 외우니 나중엔 20분짜리 발표에서도 떨지 않게 되더군요.” 이 씨는 “주입식 교육의 덕을 좀 봤다”며 웃었다.
여성 멤버 두 명은 고교를 마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한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회계 관련 업무를 하던 이 씨는 평소 동경하던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했다. “동생이 4명이라 부모님께 부담 주기 싫었다”는 정 씨 역시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생이 됐다.
이들은 ‘좋아하는 일’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보여 준다. 남들보다 ‘스펙’(인턴, 해외연수 등 취업을 위한 경력)에서는 뒤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정상급의 실력을 쌓았다. ‘스위트 드림’ 멤버 세 명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도 아닌 ‘비주류’이지만 지금 석박사 과정까지 포함한 세계 각지의 수재들과 당당히 겨루고 있다.
○ 운동 동작 측정하는 프로그램 개발
스위트 드림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이름은 ‘모션 엑서사이저(Motion Exerciser)’. 시중에 판매되는 건강이나 다이어트 관련 비디오를 집에서 따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다.
옷에 부착한 짙은 색 띠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인식해 얼마나 정확한 동작을 하는지를 측정해 준다. 앞으로 요가, 골프, 테니스 등 자세가 중요시되는 스포츠와 관련한 상용화가 기대된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하루 4시간만 자고 작업하는 강행군을 해 왔다. 박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3명이 모두 성격이 순한 A형 혈액형을 갖고 있다”며 “멤버들끼리 한번도 다투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스위트 드림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유망주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 1년 전에 만났다.
이매진컵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며 여는 소프트웨어 공모전이다. 참가 대상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석박사 과정 학생이다.
아그라=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