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 총장 2013년 신년사
중세시대에는 대학에서 라틴어문법, 법학, 논리학 등 3, 4과목만을 개설하였고 강의도 성직자가 가르쳤다고 합니다. 지금의 대학과는 사뭇 다릅니다. 과목 수만 따져도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한 학기에 평균 1,600개 과목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교수 수도 전임교수만 해도 600여 명에 달합니다. 직원 수도 400여 명입니다. 지난 수백 년간 대학은 엄청난 발전을 해왔습니다. 사실 발전이라기보다 대학은 환경변화에 적응해왔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대학은 점점 산업화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대학이 발전해야 사회도 발전합니다. 또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대학도 변화해야 합니다. 생태계 논리가 대학에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오직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과연 국민대학교는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지난 수년간 국민대학교는 장족의 발전을 해왔습니다. 중앙일보 평가 연구부문에서 20위권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연구에서 국민대가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특히 교과부의 정책에는 부응하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우리 대학이 외부에서 인정하는 대학이 될까, 남들이 선망하는 대학이 될까,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까를 생각하며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고민과 번민의 어둠 속에서 실 같은 빛이 보였습니다. 빛은 희망입니다. 빛은 미래를 보여 줍니다. 빛은 바로 우리의 비전입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 구성원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가정과 지낼 시간을 희생하고 밤늦게 일하는 직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관료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저를 놀라게 하는 직원분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처리하는 직원분도 발견하였습니다. 교수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에게 돌아온 인센티브를 전액 장학금으로 주는 교수분들도 발견했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동료 교수에게 양보하는 교수분도 보았습니다. 가족과 보낼 주말도 반납하고 학생들과 고민하고 일하는 교수분들도 보았습니다. 젊은이들을 비판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밤을 새워 작품과 과제와 씨름하는 학생도 발견하였습니다. 열정이 재능을 만듭니다. 열정이 능력을 키웁니다. 열정 있는 젊은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자기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교직원을 발견하였을 때 또 열정에 젊음을 불사르는 학생이 있기에 제 마음에 빛이 생긴 것입니다.
저는 기본으로 회귀하는 대학을 만들고자 합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표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외부의 평가, 특히 교과부의 평가는 저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입니다. 평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차가운 현실의 인식하에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전략적 방향입니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대비만으로 대학의 숭고한 목적이 흐려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기본은 무엇일까요? 교수분들의 기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다양해졌습니다. 연구와 교육 이외에 학생지도도 중요한 기능입니다. 특히 학생지도는 교수로서의 숭고한 의무입니다. 학생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길 잃은 양이 되지 않도록 교수분들이 특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미래의 사회는 융합적 지식을 요구합니다. 융합의 시대에 융합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교수분들 간의 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융합을 지원할 수 있는 직원분들의 융합적 마인드 세트도 필요합니다. 부서 간의 벽과 책임회피형 사고는 우리의 병폐입니다. 이를 타파해야 우리 대학이 앞서 갈 수 있습니다. James Lovelock은 “가이아 이론(Gaia theory)”에서 지구의 생물들은 서로 함께 또 주위 환경과 함께 공진화(共進化)하여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새로운 이론을 보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공생력(共生力)”도 중요합니다. 우리 구성원이 협업을 통해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사고를 전환해야 소중한 젊은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 정책을 파악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에 부응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 특히 교과부는 정원감축을 가장 중요한 정책 사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과 7년 내에 약 10만명 이상의 대학진학자가 감소합니다. 대학진학률도 하강추세입니다. 대학정원과 대학진학자 간의 괴리를 교과부가 걱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정원을 언제, 얼마를 감축하는 것이 우리 대학을 위해 가장 유리한 것 인가를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등록금 인하, 전임교원 대폭 충원, 장학금 증액, 연구인센티브 확대, 관리비 증대 등 수입은 하락하고 지출은 증가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균형된 예산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리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은 단지 본부의 처단장 몇 사람이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생겨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정원외 계약과 운영, 외국인 학생 수용, 특수대학원 활성화, 학점은행제 확대 등의 대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고통분담을 통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새해에도 도전의 파고는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희망에 차 있습니다. 계사년을 여는 새벽빛과 같이 국민대학교에도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저와 북악가족 모두가 새해에 일치단결하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북악가족 여러분의 단합과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