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새로운 조형적 해석, "금누리 + 안상수 = ?" 展
그러나 정작 우리 고유의 언어인 한글에 대한 관심은 적은편이다. 몇년전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것 또한 이러한 관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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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입학동기로 절친한 두 분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이라는 공통소재를 가지고 금속과 그래픽이라는 매체로 각기 표현해냈다.
먼저 금누리 교수의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에 가득 깔린 각양각색의 버려진 고철들이 눈에 들어온다. 배관통, 자동차 부품, 철망묶음, 경첩, 화장실 수건걸이, 심지어 자전거 브레이크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우리생활주변의 금속 물품은 이곳에 다 모여있는듯하다. 처음엔 그저 '주워다놓은듯' 해 보이는 고철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나름의 형태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타이어 휠처럼 생긴 저것은 'ㅇ'를 닮았고, 자전거 체인이 늘어져있는 모양은 'ㄹ'을 연상시키며 작은 조각들이 모여있는 곳은 말줄임표 같기도 하다.
아랍어를 잘 모르는 우리가 아랍어를 보면 곡선형태의 기호처럼 보이듯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한글을 보면 그것은 언어가 아닌 그저 조형적 기호로 읽힐것이다. 그러나 한글을 숙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 '우리'는 본능적으로 특정한 형태를 한글로 읽곤한다. 그것이 고철 덩어리의 나열일지라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금누리 교수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한글에 대한 인지력을 통해 버려진 고철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고철 또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 의미있는 존재로서 새로 태어나게 된다.
2층의 안상수 교수의 전시장은 몇개의 타이포그래피들과 하나의 설치물로 구성되어 있다. 'ㅇ' 'ㅅ' 'ㅎ' 의 자음을 양각으로 새겨 찍은 작품들은 안상수 교수의 첫 판화 작품들로서 반복을 통해 율동감을 느끼게 한다. 'ㅅ' 작품을 보고 산수화를 떠올리거나 'ㅎ' 작품을 보고 웃는소리를 상상하는 등 관객들의 반응도 다양하다고 한다.
긴 포물선 끝에 달려있는 '오'의 형태가 앙증맞은 이 작품은 말그대로 우리말의 '오!'라는 감탄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긴 풀잎끝에 달려있는 새벽이슬의 아름다움이 감탄사로 전환된 모습이 재미있었다.
쇳대박물관 입구 벽에 마치 매화나무줄기처럼 붙어있는 이 작품도 안상수 교수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루미늄 도금에 강한 자석을 달아 박물관 외벽에 부착한 것이다. 붉게 부식된 외벽을 배경으로 가는 줄기 끝에 작은 꽃송이처럼 달려있는 자음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철이 따뜻하게도 느껴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표현한 이번 전시는 이번달 12일까지 계속된다. 대학로에 나갈 계획이 있다면, 잠시나마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사진제공 : 쇳대박물관
전시설명 : 최효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