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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Earthday!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을 만나다

  • 작성일 07.09.27
  • 작성자 이정인
  • 조회수 2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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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관 4층에 자리한 시각디자인학과의 윤호섭 교수님 연구실 앞.
쓰고 남은 각종 종이, 소포 박스, 포장에 쓰이는 색색의 나일론 줄, 자전거, 재봉틀까지 작은 재활용품 가게를 차려도 될만큼의 잡동사니들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사람이 제대로 들어가기도 힘들정도로 연구실 안팍을 가득채우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에 처음 놀라고, 쇼파나 테이블 등의 장식용 가구가 없음에 두번째 놀라게 된다. 내가 세번째로 놀란 것은 교수님과 조교들이 사용하고 있는 낡은 386 컴퓨터 두대였다. 컴퓨터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지금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법한 컴퓨터로 그래픽 작업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되도록이면 물건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재활용 하라는 교수님의 평소 환경 철학이 직접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쓸모없어 보이는 이 물건들도 교수님의 손을 거치면 방석으로, 전시회 개막 커팅용 테이프로, 의자로 재탄생 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이렇듯 환경을 위한 삶을 실천하시는 분답게 옷은 낡은 티셔츠 두어벌과 바지가 전부고, 집에 있는 냉장고도 없애셨다는 얘기도 잘 알려진 일화다.

     

우리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윤호섭 교수님은 '북한산과 그린캠퍼스'라는 교양수업의 강사로도 국민인들에게 친숙한 분이다.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 역사상 혁신적인 일로 꼽혔던 '차없는 캠퍼스'를 주도한 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수님이 처음부터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 오리콤의 전신인 합동통신 광고기획실에 근무하며 광고계에 발을 들인 이후 대우기획조정실 제작부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 1982년부터 우리학교 교수가 되기까지 교수님은 오랜 기간동안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계에서 활약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라 불리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은 1991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 잼보리 대회에서였다. 당시 이 대회의 앰블램을 제작한 것을 계기로 대회에 참석한 일본 대학생인 미야시다 마사요시군을 만나게 되었는데, 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마사요시군은 윤교수님께 한국의 환경운동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1995년 조형대학의 학장이 된 후 체결한 핀란드의 디자인대학(University of Inderstrial Helsinki)과의 교류협정을 통해서도 이어졌다. 당시 북유럽 5개국의 디자인대학들이 연합하여 개최한 환경디자인전, VARDE(핀란드어로 '봉화불')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방향이 얼마나 잘못되어 왔는지를 깨닫게 된것. 이후 국민대학의 학부 환경과 관련된 디자인 과목을 개설했고, '그린디자인 전공' 대학원도 설치했다. 연구와 강의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에는 그냥 새로 TV나 냉장고에 대한 광고를 했어요. 그런데 점점 회의가 들더라구. 광고가 생산과 소비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환경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깨달은거죠"

그린디자인, 즉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다.
화려한 외양만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나 디자인의 시대는 지났다. 우리나라에도 불기 시작한 웰빙열풍이 보여주듯 사람들은 점점 친환경적인 상품과 가치를 찾는 추세이고, 토요타나 시티그룹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의 상품이 환경과 미래 세대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보여주는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1위 국가 대한민국의 디자인 상황은 좋지 못한 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태의식이 많이 부족해요. 지구 온난화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없는 전 인류의 재앙인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 어차피 이렇게 된거 너무 늦은거 아니야? 라는 생각은 버려야해요. 상황을 깨달았다면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 세대에게 이 지구를 물려줄 자격이 없는,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야.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육 전체가 greening 된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디자인적 으로 훌륭한' 간판거리를 만든다, 건물을 만든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러나 디자인적으로 훌륭하기 위해서는 외양에 앞서 그것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인가(Sustationable Design)라는 점이 선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을 디자인 하는 사람은 그 디자인이 적용되는 물건의 재료가 친환경적인지 한번 더 생각하고,  포스터나 책을 디자인하는 편집 디자이너는 재생지나 콩기름을 사용한 종이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은 실천이 바로 그린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시각디자인과의 경우 전공 특성상 벽에 작업물을 붙일 일이 많은데, 교수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학생들은 일회용 접착제 대신 자석이나 핀을 사용하고, 아이디어 스케치는 이면지를 여러번 접어 만든 작은 칸에 그리곤 한다.

지난 학기 윤호섭 교수님의 광고디자인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광고를 제작했고, 이를 모아 한달간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전시를 가졌다. 사회 각층에서 호평을 받은 이 전시는 이어 10월에 열릴 광주국제디자인비엔날레에서도 설치되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해외 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쉬운것부터 담담하게, 그리고 맹렬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느끼고 행동할 수 없다면..큰일입니다. 내 자신이 사는 지구를 버리는 바보같은 생명체가 아니어야 합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자신의 입장에서 쉬운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자신의 삶으로 확장시켜 나가는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 해야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까.

 

사진출처: 윤호섭 교수님 홈페이지 www.greencanv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