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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성장모델 동남아에 팝니다

  • 작성일 07.04.11
  • 작성자 조영문
  • 조회수 2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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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을 배우고 싶습니다.”

한눈에 봐도 남방계로 보이는 한 청년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베트남 최고경영자 과정’ 환영식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돌롱(25) 씨. 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진 이 청년은 자신을 베트남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에서 해외자금 투자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날 한국 경제를 배우기 위해 베트남의 금융감독원, 재무부, 국영기업관리공사 등에서 선발된 관료 15명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한국투자증권과 국민대가 올해 처음 마련한 베트남 최고경영자 과정에 초대받은 이들은 올해 7월 말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형 경제발전 과정을 배울 예정이다.

유상호 한국증권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베트남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베트남의 경제개발을 이끌어 나갈 리더 양성”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이 베트남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동시에 앞으로 두 나라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오스투자청과 경제개발 양해각서

국내 증권사들이 ‘한국형 경제모델 전파’를 무기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라오스 정부 산하 기관인 ‘라오스 투자청’과 경제개발 관련 우선권을 보장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첫 프로젝트는 라오스 최대 그룹인 ‘코라오’와 함께 라오스의 천연자원을 기초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인근에 위치한 공항을 이전하고 제3의 도시인 사반나케트에 공단을 조성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이계천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은행(IB)1 본부장은 “코라오 측에서 먼저 투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검토한 뒤 라오스에 투자할 국내 기업을 알선하고 자금을 모을 예정”이라고 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1월 국내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진출했다. 3∼4년 전부터 적극 개방에 나선 캄보디아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모델로 경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남기명 동양증권 해외사업팀 부장은 “캄보디아는 특히 한국의 자본시장,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정보통신설비 등에 관심이 높다”며 “캄보디아 정부와 현재 몇 개 프로젝트의 공동 진행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중앙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보험을 제외한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직속 기관인 ‘금융허브추진위원회’로부터 금융회사 설립을 위해 도움을 받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는 금융 관련 조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경험 정책입안 도움될 것”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 모델이 미국 유럽 등 서구 사회나 일본이 아닌 한국인 것은 유사한 전통과 문화, 무엇보다 단기간에 이뤄낸 압축 성장에 있다.

베트남 재무부 기획 담당 응우옌응옥칸(30) 과장은 “한국은 우리처럼 전쟁을 겪었으면서도 일본보다 빠른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며 “앞으로 베트남에서 정책을 세울 때도 한국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랜 기간 선진국으로 지낸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표준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 본부장은 “최근 한국의 집중 투자를 받아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베트남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국가들에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 나라에 오랜 기간 꾸준히 진행된 미국식 경제발전 모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 위험, 과열 우려도 제기’

하지만 이들 나라는 아직 시장이 작은 데다 일부 국가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해 투자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국가별 투자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설 정도로 투자가 활발하다.

KOTRA 등에 따르면 한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1년 전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난 26억8300만 달러로 베트남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34.2%에 이른다.

포스코와 두산중공업 등이 주도하는 중공업 분야는 물론 금호건설 등 건설 분야 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 금융회사가 진입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점 외에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해당 국가의 리스크를 모두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 동아일보 2007.04.07 02:59
원문보기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407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