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CEO - 돌실나이 김남희 대표를 만나다 / 의상디자인학과 87학번
㈜돌실나이 대표 김남희 동문은 5평이 채 안 되는 자그마한 공방에서 시작하여 20년여 만에 30개의 점포를 냈으며 매출액 100억 원 규모의 건실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돌실나이의 우리 옷은 상호 자체가 말해주듯 들에서 핀 꽃과 같이 여릿여릿한 질감과 은은한 빛깔로 화려하지 않고도 그윽한 멋이 우러난다. 본래 '돌실나이'는 전남 곡성의 석곡마을에서 나는 최상의 특산품인 삼베를 일컫는다. 그곳 '석곡에서 나는 실(돌실)'과 '짓다'라는 표현을 합쳐 '돌실나이'란 브랜드로 우리 옷 문화에 대한 전통을 만들고 이어가는 분들에 대한 경외감으로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전통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화려한 것보다는 일상 속에서 입을 수 있는 소박하지만 수수함이 담긴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생활 속으로 끌어오기 위해 오늘도 우리 옷 연구에 여념이 없는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87학번 김남희 동문의 우리 옷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생활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었나요?
저는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는데 사실 꼭 의상을 좋아서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들어가서 많이 방황했는데 학교 다니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라는 철학 기초 인문 서적을 읽고 생각들을 많이 바꾸게 되었죠.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철학 책들을 읽다가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뭐가 될래, 뭘 할래?'가 인생의 목표였는데 정작 뭐가 되어야할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어떤 자세로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부분이구나. 꼭 굳이 뭐가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 된 것 같아요. 저는 기존에 아니라고 생각하던 무엇들과 싸워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다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곳에 직접 들어가 노동자운동을 직접 해보게되었어요. 이러한 운동이 사회 곳곳에 전반적인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건전하게 조직변화를 시킬 수 있는 그러한 전문인 운동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제가 배운 의상을 접목시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 했을 때 한복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리게 된 거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구체화하고 체계화시키고 싶어서 3학년 때부터 의상문화 연구회를 만들어서 공부를 시작했고요. 그 이후에 우리 입거리 연구회로 전환하면서 그전까지 패션쇼에 한복하면 계량한복이라 부르는 화려한 옷들을 만드는 게 보통이었는데 저는 노동복, 평상복, 외출복 그래서 우리전통 소재들을 찾아서 전통문양, 전통기법, 염색 이런 것들을 찾아서 아주 소박한 서민적인 생활 속에 우리 옷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작을 했어요. 멋모르고 이래저래 공부하다보니 목표가 점점 명확해지는 거죠. 막 졸업을 해서 대기업에 취업 한다기보다 내 뜻과 맞는 곳을 찾아 많이 헤매면서 이런 운동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가 찾다보니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고 함께 시작하게 됐죠.
Q.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이제는 연 76억의 매출을 올리는 생활 한복 업체를 이끄는 당찬 CEO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당연히 될 줄 몰랐죠. (웃음) 당시에는 회사라고 알아주지 않았던 생활문화연구소에 들어가 10개월 근무를 했어요. 그 당시에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고 우리 시대에는 딸이 돈도 안 벌고 밖으로 나간다는건 모진 구박 이였죠. 그러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시게 되었고 4년 연애한 남자와 갑작스레 결혼을 했는데, 양쪽 집안에서 집안 살림이 아닌 외부에서 일하는 것을 이해받지 못했기 때문에 3년 시집살이를 하면서 꿈이 포기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집에 있으면서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란 걸 알았고 한 번 생각한 것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분가를 하고 옷과 관련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계기로 지금의 돌실나이가 일어나게 된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입거리 연구회 스터디를 하면서 '일단 만들어서 팔아보자. 그리고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혀서 경험해 보자' 라고 생각하며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어요. 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적인 도전으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 때 대학동기이자 스터디 멤버였던 정경아(의상디자인87) 친구가 그 당시의 힘듦을 참고 이겨내어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원동력이었어요. 이 친구가 없었으면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Q. 대표님의 돌실나이 경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돌실나이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으신가요?
돌실나이의 슬로건은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돌실나이"에요. 가끔 일을 하다보면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일하는 건데, 일을 하기 위해 일을 하거나, 일에 의해 사람이 불행해질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옷을 만들던, 이 안에서 다른 일을 하던 서로가 사랑하고 존중하고 '사람이' 우선시 되는 그런 사회가 조직 내에서 실현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데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주변환경을 많은 파괴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옷 문화를 활성화하고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비슷한 예로 돌실나이는 사육한 짐승의 털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간혹 일부 품목에서 트리밍으로 쓰는 몇 가지 옷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조털로 옷들을 만들고 있어요.
Q. 우리 옷인데도 불구하고 한복은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영업 전략이 있나요?
우선 나부터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생활한복이 거품처럼 일어났을 때 또다시 특정한 날에만 입는 옷처럼 발전한 것을 다시 생활 속에서 입는 소박한 옷으로 끌어 오려고 했죠. 한복 디자인의 문턱을 낮추고 가격대도 다양화 시키고 매장의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방법을 바꿔서 사람들이 진입하기 친숙한 동선으로 바꾸는 노력을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만의 정서를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와 현대적이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접목시키고자 많은 개선을 했어요. 그 밖에도 세컨드 브랜드로 '아회'를 런칭하여 해외 패션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복인들에게도 모두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고요. 저는 고가 옷을 만드는 데 재미가 없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특별한 날 입는 옷으로 특정 일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에게 만만한 옷을 만드는 것이 꿈이거든요. 아회 활동으로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아 이미지 개선을 시킨 것을 돌실나이 이미지로 옮겨 본격적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2~3년 주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도입하기 위해 매장 업그레이드를 시키기 위한 노력에 직접 나섰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했던 사람들과 계약을 연장하면서 그 사람들의 지역엔 새 매장을 오픈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어요. 이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로 보완하고 개선하고 애착을 갖고 사랑하면서 대리점과의 관계 대부분 10년이 넘은 것도 돌실나이의 특별한 영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돌실나이에서 만든 우리 옷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돌실나이의 경쟁력은 일반 내셔널브랜드가 내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아이템을 많이 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한테 괴리되는 옷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죠. 여름에만 300종의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고, 봄~가을엔 150종 겨울에도 200종 안 쪽으로 새로운 상품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어요. 이렇게 노력하는 만큼 회전력이 굉장히 빠른 덕분에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여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요.
Q. 김남희 대표님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돌실나이가 추구하는 목표는 딱 하나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옷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게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생활한복 업체들 간 선의의 경쟁들을 하며 발전하고 대한민국에 우리만의 옷 문화가 있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정확히 가질 수 있는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이 돌실나이를 시작할 때 이루고자 했던 목표에 현재 얼마큼 도달 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항상 제가 목표하는 것보다 더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르겠네요. 저는 처음부터 이 일로 먹고 살지 몰랐어요. 시작할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항상 제가 생각해 있는 것 보다 더 앞에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늘 감사하게 생각하죠. 저는 바로 앞에 닥친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앞에 목표를 어떻게 그 안에서 발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한 발의 목표만을 세우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생활한복 돌실나이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고 안정적이지만 돌실나이가 시작할 때와 비교했을 때 Silver target brand가 되었다는 게 조금은 아쉬워요. 이 점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생활한복은 나이 들어서 입는 옷이라는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신선한 이미지를 새롭게 추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세운 새로운 목표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옷 우리문화를 그들에 감성에 맞는 옷을 만들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컨드 브랜드로 '꼬마크'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새 브랜드를 대박나자고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극복하지'가 목표였어요. 남들이 포부가 크지 않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닥친 거에 포기를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요. 어떻게 하면 잘 되게 할까 계속 고민하는 것이 답이죠.
Q.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강의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제가 아마 의상디자인학과에서만 활동했었더라면 대학 생활이 특별한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저는 당시에 조형대학 학생들끼리 만든 '그림사랑'이라는 동아리를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조형대 학생으로만 제한을 하다가 정서가 맞는 친구들과의 교류 3년 차부터는 다른 다양한 과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동아리가 번창했어요. 그림사랑 동아리를 통해서 처음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눈을 뜨게 되었고요. 우리 분야에서 그림을 통해 사회의 정서를 표현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리고 동아리 안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해서 4년 교재 후에 결혼에도 성공하였습니다.
Q.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어떤 능력을 배양해야 사회에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조언을 해주세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 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많이 아는 것은 도움은 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많이 아는 사람들이 정말 입만 발달해서 일을 진행할 때 크게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는 게 많을수록 더 알려고 하지 실천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얼마나 많은 자격증을 따서 준비된 사람들이 졸업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목표한 바를 얼마나 잘 실천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것은 바로 근성을 키운다는 의미겠죠. 헝그리 정신을 키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바닥에서부터 고생하면서 배우는 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 앞에 다가온 첫 계단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첫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다보면 그 계단을 마지막에 다 오를 수 있는 건데, 그런 과정없이 마지막 계단으로 날아올라 앉으려 하는 것은 '허세'라고 생각해요. 단숨에 원하는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라면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요. 목표를 너무 높게 갖지 말고 당장 처한 목표에서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그 산을 다 오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엇을 원하든지 조급하게 무엇인가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창업하는 사람들은 근성 자체가 남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하는 게 꼭 좋은 거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처음부터 창업 자체를 목표로 두기보다 본인의 근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길 바라요. 모든 사람들이 전체를 보는 눈과 일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죠. 그러나 창업하는 사람들은 그 외에도 특별한 근성이 필요해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하려는 끈기와 그럴 때 몸을 사리지 않는 근성이 있어야 하죠. 보통 근성을 가진 사람은 되게 많지만 유지가 되지 않는 이유는 '허세'때문이라고 봐요. 내가 노력한 것보다 과하게 단숨에 쉽게 얻으려고 하는 허세 때문이죠. 저는 근성을 유지하기위한 방법으로 '될 때 된다는 소리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하고, 안 될 때 안 된다는 소리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사는 것이에요. 매출같이 눈에 보이는 남들에게 들어나는 것이 얼마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익을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관리하고 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허세는 절대적으로 금물이고 어떤 것이든 쉽게 얻으려는 것도 절대적으로 금물이에요. 저의 인생의 원칙은 '대가를 반드시 치른다.'거든요. 무엇인가 가지려 하면 그거에 대가를 반드시 치른다. 그런데 내가 만약 대가를 다 치르지 않고 무엇인가 가졌다면 그 때부터 대가를 치른다.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공짜로 얻으려고 하면 안돼요.
길이 없는 곳이라면 길을 만들어 걸어가는 돌실나이 대표 김남희 동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지치지 않는 도전 정신과 끈기 그리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 근성이 느껴졌다. 국민*인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마주하였을 때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당당히 걸어가 보길 바란다. 다만 한 발 한 발 정성을 다해 꾸준히 걸어가며 그 한 발의 중요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옛 성인들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스스로 성장시켜서 더욱 더 단단하고 강해지는 것일 것이다.